▲ 니콘이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서 ‘미래의 주방’이라는 콘셉트로 로봇의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라스베이거스(미국)=비즈니스포스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전자기업들이 활발하게 CES에 참가했던 것과 달리 CES 2025에서 일본 참가 기업은 채 100개에도 못 미친다.
한국 기업은 1031개, 중국 기업은 1339개가 CES 2025에 참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일본 기업의 부스를 다녀보면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중국의 TCL, 하이센스 부스와 달리 TV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적이었다.
소니는 전기차 아팔라와 차량 촬영 시스템 ‘PXO 아키라’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렸다.
파나소닉도 전기차 배터리나 AI 기반 건강 관리 플랫폼 ‘우미’ 등을 중점적으로 전시했다. 우미는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도와준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전시장은 니콘이었다. 니콘은 ‘미래의 주방’이라는 콘셉트로 로봇 비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로봇이 주방에서 사용자를 도와 접시를 집어서 정리하거나 식탁을 닦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람과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다. 설거지도 가능하다.
마치 인간의 손처럼 매우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이는 2D(차원)·3D 카메라를 통해 인간의 눈보다 훨씬 빠른 동작 감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니콘 측은 설명했다.
▲ CES 2025 전시관 스즈키 부스에 전시된 자율주행 차량 '블랑 로봇'. <비즈니스포스트> |
니콘이 그동안 쌓아온 카메라 기술이 로봇분야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니콘 관계자는 “로봇 비전 시스템과 함께하면 이전과 달리 동시에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의 놀라운 점은 주방이나 산업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토바이와 소형차로 유명한 스즈키는 모빌리티 전시장에서 물류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 힘을 주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블랑 로봇’이다.
스즈키가 어플라이드EV와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물류용 자율주행 차량이다. 특징적인 것은 테이블과 같은 모양의 모듈형 디자인으로, 물류나 산업 응용 분야의 각 작업에 맞게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운전석은 따로 없으며 자율주행으로 작동하며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어된다. 2025년 100대가 시범 배치돼 운행된다.
크기가 작은 물류 로봇 ‘LM-A’도 전시돼 있다.
LM-A는 고객의 집 근처까지 물품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 단계(라스트마일)를 위한 물류 로봇으로 일본 스타트업 롬비와 협력해 원격조작, 자율주행 시스템이 제작됐다.
스즈키 관계자는 “길이 970mm, 넓이 638mm, 높이 936mm의 작은 크기인데 비가 오거나 시야가 좋지 않은 밤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CES 2025에서는 과거 가전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던 일본 기업들이 점차 로봇이나 자율주행 분야로 중심 축을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스즈키의 라스트마일 물류 로봇 ‘LM-A’. <비즈니스포스트> |
기존 주력 사업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지자 새로운 성장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전 세계 제조용 로봇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로봇 강국이다.
특히 일본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이나 물류 로봇 도입의 필요성이 큰 나라로 꼽힌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의 배송로봇을 활용한 물류시장에서 야간·새벽배송, 입지 등으로 배송 효율이 떨어지는 지역에 자동 배송 로봇과 기존 물류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2030년경에는 기체 양산화를 통해 운용비도 크게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