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친 실적을 냈음에도 오히려 외국인투자자는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세에 접어들 만한 구체적 호재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조심스레 추세적 반등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기조를 바꾸고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장중 436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이틀 연속 순매수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6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을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줄기차게 내던졌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반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 말까지 총 79거래일 가운데 71거래일에 걸 삼성전자 주식을 던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의 약 97%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은 전날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담았다.
외국인은 전날 삼성전자 주식을 273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하루에 2천억 원 넘게 순매수한 것은 2024년 8월16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이에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3.43% 상승마감했다.
전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약 6조5천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최근 줄곧 낮아지면서 전망치 평균이 8조 원까지 내렸는데 이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인식에 저점매수가 들어온 것으로 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극히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중”이라며 “최악은 지났다는 논리로 과거의 저점 수준까지 반등 시도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94배로 매우 낮은데 과거의 저점인 1.1배 수준까지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략 7만 원 수준에 해당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매우 실망스런 실적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바닥이 멀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역사적 저점을 깨고 내려간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악재 상당 부분은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부진과 충분히 낮아진 2025년 전망치는 향후 주가 반등 시의 상승 탄력을 강하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업황 개선 기대감을 담은 호재도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중국 정부는 이구환신 정책의 강도 및 범위 확대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6천 위안 이하의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를 구입할 경우 판매가의 최대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들인 중국 업체들에 납품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6일 중국의 CXMT를 블랙리스트 기업에 새로 등재한 점도 삼성전자의 반사수혜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인공지능(AI)용 반도체(고대역폭 메모리, HBM)와 관련한 아직 구체적 기약은 없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삼성전자의 HBM이 자사 신제품에 들어갈 거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에 하반기에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 공급이 본격화할 거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부터 범용 메모리 재고가 감소세에 진입했고 2분기부터 엔비디아향 HBM 공급 확대를 기대한다”며 “따라서 실적 저점이 예상되는 1분기가 비중확대 적기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업계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7만7400원으로 집계됐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