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1-09 16: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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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효성티앤씨가 주요 경쟁사의 증설에 따른 스판덱스 가격경쟁 심화로 올해 실적 개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는 최근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 원에 인수키로 결정하고, 올해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해 1천억 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는데, 주력 스판덱스 시황 악화로 김치형 대표이사 부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이사 부사장이 주요 스판덱스 기업의 증설로 2025년 가격경쟁 심화 전망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섬유업계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스판덱스 시장에서 효성티앤씨와 중국 화펑 등의 증설로 연산 약 10만 톤의 설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스판덱스는 PTMEG, MDI 등 폴리우레탄계 물질들을 원료로 만든 합성 섬유다. 가볍고 신축성이 뛰어나 수영복·운동복 등에 주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정장, 속옷, 의료용 피복 등으로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세계 스판덱스 시장에선 효성티앤씨, 화펑, 화하이, 바일루, 얀타이 등 주요 기업들과 기타 중소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2015년부터 중소 기업들이 수익 악화로 문을 닫으며 현재는 주요 기업 5곳의 합산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증권가는 2025년에도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스판덱스 수요 증가가 더딜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요 기업의 증설 효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당초 다수 기업들이 증설을 계획했으나 공급·재고 부담이 확대됐고, 범용제품 가격도 적정 마진 수준을 밑돌아 일부 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축소 또는 철회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화펑은 연산 4만5천 톤 스판덱스 공장을 상반기 내 완공하고 양산에 들어간다. 또 업황에 따라 추가로 연산 4만5천 톤 증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중국 화하이, 헝쉔 등을 중심으로 약 7~8만 톤의 신규 설비가 들어섰고, 2022~2023년 구축한 설비 가동률이 상승했다.
중국 스판덱스 재고 일수는 지난해 평균 49일로 2023년보다 36% 늘어났다.
효성티앤씨도 지속적으로 스판덱스 설비를 늘리고 있다. 조만간 연 5만4천톤 규모의 증설을 마치면, 회사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연 43만4천 톤으로 늘어난다.
김치형 대표로서는 올해 심화한 스판덱스 가격 경쟁에 따라 수익성 회복이 더딘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호황에 힘입어 효성티앤씨 섬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0년 10.8% 2021년 29.7%로 고공 행진했다. 업황이 가라앉자 2022년에는 적자를 냈다가 2023년 4.9%, 2024년(3분기 누적) 6.4%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중국발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으로 효성화학 실적이 크게 악화하자, 효성그룹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매각키로 했다. 이에 따라 효성티앤씨는 인수 자금과 운영 자금으로 1조 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회사의 2024년 3분기 말 연결기준 보유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 기타금융자산)은 약 1350억 원이다. 회사 측은 모자란 대금을 매출채권 등 유동자산을 활용해 마련키로 했는데, 신용평가 업계는 차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효성티앤씨는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9200억 원을 투입해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하는 내용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 효성화학 >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인수가액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차액(약 8213억 원)은 외부로부터의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모두 차입 조달한다면 2024년 3분기 말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는 39.8%, 총차입금/EBITDA는 4.5배로 추산된다.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으로 주주들의 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효성티앤씨의 추가 자금지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
효성티앤씨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23만2천 원으로, 주식매수가격인 1주당 22만6713원을 웃돌고 있다.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인이 낮아짐에 따라 김 대표는 당분간 스판덱스 사업 실적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티앤씨의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 안건은 23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