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야심차게 밀어붙였는데 상장 철회를 선택하면서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기업공개(IPO) 철회로 시장 신뢰 훼손에 더해 기업금융 확대 등 사업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악재도 있었지만 회사 성장성과 경쟁력에 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케이뱅크는 올해 1~2월 사이 재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앞서 2023년 2월 상장 철회 때와 마찬가지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한파가 이유다.
다만 케이뱅크는 반복된 상장 철회를 두고 시기만을 탓하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한풀 가시면서 올해 초 기업공개 시장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1월 기업공개시장은 LGCNS를 필두로 대어급 기업의 연이은 출격이 기대되는 등 매우 활기찬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며 “LGCNS 흥행 여부가 시장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없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기업공개시장 훈풍을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결국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는 기업공개시장 자금수급 경쟁에 관한 부담,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 투자자와 격차가 여전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 행장은 이번 상장 철회로 앞으로 본질적 사업 경쟁력 입증 과제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 성장정략으로 내세운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시장 공략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 행장은 앞서 기업공개 관련 간담회와 올해 신년사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시장 공략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업공개를 통해 확충하는 자본을 사장님담보대출 등 기업대출 재원으로 삼아 사업을 키우는 데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행장은 2일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린 신년사에서 “올해는 개인과 기업시장을 양대 성장 축으로 삼아 고객 기반을 1500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며 “비대면 소호(Soho)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앞서 재무적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이 2026년 7월 상장을 조건으로 하는 조항에 묶여 대출자금 등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업공개가 무산되면서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계획부터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최 행장이 향후 시기를 바꿔 상장을 추진한다해도 시장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케이뱅크는 앞서 2022년 9월 기업공개를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기업가치를 기대보다 낮게 평가받으면서 다음해 2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목표를 7조~8조 원 수준으로 잡았지만 시장에서는 절반 수준인 4조 원대로 평가했다.
케이뱅크는 이번에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받았다.
최 행장은 지난해 10월 기업공개를 위한 수요예측 기간에 간담회를 열고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등 기업금융을 통한 성장전략을 적극 피력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10월 말로 예정했던 기업공개를 연기했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5조 원대를 목표로 공모가를 설정했지만 희망범위 하단을 밑도는 수준의 주문을 받아들면서 여전히 ‘몸값’이 높다는 시장의 평가를 확인했다.
케이뱅크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주간계약 등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 눈높이를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케이뱅크가 2021년 사모펀드운용사 등으로부터 725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기업공개 완료일까지 투자자의 연 내부수익률(IRR)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춰주기로 약속해서다.
케이뱅크는 반복된 상장 연기와 철회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미 시장에서 바라보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살펴보면 이날 기준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은 2조7989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말(약 4조8천억 원)과 비교하면 3개월여 사이 시가총액이 2조 원가량 빠졌다.
상장 연기를 발표한 지난해 10월18일 주가가 하루 만에 23.85% 급락했고 이날도 7.38% 내렸다.
▲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2024년 10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케이뱅크>
더군다나 올해는 금리하락과 환율 급등 등으로 은행업 경영환경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수익성과 성장성 등 기업 경쟁력을 키워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연이은 상장 철회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케이뱅크 상장은 최 행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케이뱅크는 2023년 12월 최 행장의 선임 소식을 알리며 "금융과 IT를 아우르는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성장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최 행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관리 석사를 마쳤다. 하나은행과 삼성SDS, 엑센츄어, IBM 등 금융업과 IT업계에서 30여 년간 일한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식시장 부진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회사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면서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