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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잇단 실패에 힘 실리는 '체제 개편', 산유국 개최 배제 관철될까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5-01-08 11: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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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잇단 실패에 힘 실리는 '체제 개편', 산유국 개최 배제 관철될까
▲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현장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기후재원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기후대응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후총회(COP)가 최근 몇 년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체제 개편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대응과 이권 관계가 대치되는 산유국들의 발언권이 너무 큰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산유국들이 앞으로는 개최국을 맡을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각) 엘리사 모르제라 유엔(UN) 기후변화 특별보고관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현행 기후대응 체제는 어느 순간부터 무의식적으로 기후변화 악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불균형한 상황으로 흘러왔다"며 "현재 체제는 소수 국가와 국민이 받는 불이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이같은 기후변화에 관련 대책이 미흡한 상황을 해소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회의였다. 

COP29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각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성공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피해를 복구하려면 매년 최소 1조 달러(약 1450조 원)를 지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과 달리 COP29는 매년 3천억 달러(약 435조 원) 규모 재원을 마련한다는 합의를 맺는 것으로 그치면서 실패로 끝났다.

모르제라 특별보고관은 "우리는 국제외교환경이 그렇듯 몇몇 국가들이 악의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이들은 국제법적 질서를 무시하고 시민사회 영향을 축소하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기후변화에 관한 진실을 국제 대화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총회는 다자주의 국제조약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컨센서스(만장일치)를 통해 합의를 내놓는다. 대다수 국가들 사이에서 기후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합의가 돼도 일부 국가들이 반대하면 합의가 약화되거나 무산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모르제라 보고관은 국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주로 기후대응 방행 활동을 벌이는 주체로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러시아 등 산유국들을 지목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기후총회 체제 안에서도 다른 산유국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안나 데플레지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사우디 정부의 최근 기후변화 반대 정책은 노골적일 뿐만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하다"며 "미국은 일부 기후대응 정책에 반대할지언정 적법한 이유를 드는데 사우디는 그저 모든 것에 근거 없이 반대표를 던지기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학계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도록 개최국 선정에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기후총회 아젠다는 개최국이 선정하는데 산유국이 맡게 되면 총회 의제가 지나치게 약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COP29 실패도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COP29 기조연설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는 신의 선물"이라며 "서방권 언론들은 온실가스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을 멈추고 산유국들이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기후총회 잇단 실패에 힘 실리는 '체제 개편', 산유국 개최 배제 관철될까
▲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연합뉴스>
해당 발언은 큰 논란이 됐고 기후재원 마련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서방 선진국들의 반발을 샀고 목표에 비해 합의규모는 크게 후퇴했다. 당시 폴리티코는 칼럼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이 스스로 자국이 주최한 기후총회에 큰 구멍(crater)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제 기후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앞으로 공동 서한을 보내 "개최국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와 전환을 지지하지 않는 국가에서 총회가 열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대응 과제에 불성실하게 임하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크리스 힐슨 영국 리딩대 교수는 "현재 파리협정 체제는 근본적으로 아래에서부터 위로 적용되는 도구로 각국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이행하게 된다"며 "최근 학계에서는 기후총회 주최 측에 기후대응 이행을 면밀하게 감독할 수 있는 기구 설치를 요구했는데 매우 필요한 조치이고 이를 시행하려면 조약을 재합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합의된 조약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시행되는 기후총회 논의의 근본 원칙을 설정하고 있는 조약이기도 하다.

힐슨 교수는 "기후총회에서 이뤄지는 진전은 리더십에서 나오는데 이는 대체로 주최국을 통해 발휘된다"며 "주최국의 이익이 잘못된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면 이런 리더쉽은 발휘되기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이 기후대응 협력에 반대하는 것을 멈추고 컨센서스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분석도 내놓는다.

다니엘 리트빈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그랜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 칼럼을 통해 "정부와 국제기관들은 산유국들이 불가피한 미래 수요 감소에 대응해 이익을 지키면서도 질서있는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트빈 선임연구원은 "산업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투자와 생산 계획을 조정해 수요를 감소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공급이 감소하도록 유도해 산유국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바라봤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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