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 등 중진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탄핵안의 '내란죄 제외'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을 돌파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기존 법체계를 뒤흔들려는 극단적 언행을 보이는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의 비윤(비
윤석열)계 의원들은 물론이고 보수 진영에서조차 이런 움직임에 ‘소탐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보이고 있는 강성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은 단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보수정당의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 소장파 비윤(비
윤석열)성향의 의원들이 당의 퇴행을 비판하는 것도 이런 위기감이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의사를 밝혔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힘은 병들었다. 어느새 극우의 암덩어리가 자라났고, 독재의 향수를 그리워하면서 상대방을 빨갱이로 몰고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전두환 정권의 독재수단이었던 이른바 ‘빨갱이론’과 ‘종북론’ 그리고 ‘지역감정’을 입에 담는 것이 보수정당의 이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뒤 자세를 낮추고 여론의 흐름을 살피는 모습에서 법체계를 무시하는 극단적 행보로 태세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40여 명은 지난 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에 찾아가 농성을 벌이고 체포영장의 불법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비윤 성향의 6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을 지키는 대표자여야 한다"며 "그런데 국회의원이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는 대표자라고 한다면 이들이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 관저에 모인 국회의원 40여 명을 개인적 행동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친윤계로 구성된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법 문제를 판단하는 최고기구인 헌법재판소까지 압박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발언까지 내뱉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탄핵심판에서 헌법 위반 문제를 신속하게 따져보기 위해 형법상 내란죄을 형사재판에서 다투기로 하고 탄핵소추 사유에서는 빼는 것을 공격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의 탄핵소추는 (내란죄를 철회한 이상) 이제 성립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2024년 12월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같은 달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했던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뒤집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권 원내대표는 2017년 1월 당시 JT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탄핵심판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하는 행정소송의 일종으로 형사재판과는 결이 다르다”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에서 뇌물수수죄와 강요죄, 직권남용죄 등의 법률위반 부분의 사실관계는 그대로 두고 법률적 평가를 헌법적으로 다투기 위해 다시 정리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범죄소명을 철회하고 헌법 위반만 다투겠다는 논리는 권 원내대표가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서 제기했던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를 빌미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것은 과거 자신의 논리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 국민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서면브리핑에서“국민의힘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했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정신착란적 주장을 펴고 있다”며 “8년 전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뿐 아니라 친윤계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재판소를 향해 "민주당과 짬짜미 의혹이 제기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런 극단적 정치행보가 최근 나타난 지지율 반등과 관련 깊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극렬 지지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본 지도부가 기초 지자체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른바 '집토끼'를 지키겠다는 판단 아래 극단적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45.2%, 국민의힘 34.4%, 조국혁신당 4.8%, 개혁신당 3.1%, 진보당 1.1%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주 연속 소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1월2일~3일 이틀간 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무선(97%)과 유선(3%) 전화를 활용해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대상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체 응답률은 4.9%다. 2024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림가중)가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보수논객들은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더라도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언행을 일삼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조차 국민의힘의 극단적 행보를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웹사이트 조갑제닷컴에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 못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의힘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미치광이 역적 대통령을 제명할 줄 모르는 이적단체다"며 "국민의힘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고 애국자를 핍박함으로써 공당으로서 존재이유를 상실하고 패거리, 내란 비호당, 부정선거 음모당으로 전락했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또다른 보수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두 명의 대통령을 잇달아 탄핵 당해야 한다면 무언가 근본에서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탄핵이 아니라 내란죄의 현행범인 만큼 국민의힘이 자리를 차지하고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범죄를 구성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