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그룹 신년회를 열고 올해 자동차업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객 지향성 강화를 제시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이날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년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에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세계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진단하며,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객 지향성 강화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2025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소비자 우위 시장의 도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신흥 경쟁사들의 기술 발전과 도전 등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 속에서 올해 신년회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완성차담당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송창현 AVP본부장 사장, 성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 담당 사장,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정형진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 등 그룹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가 앞으로 그룹의 수년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해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한 해를 시작하면서 리더들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정확한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안팎의 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 도전'과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으로 나누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예상할 수 있는 도전에 대해선 면밀하게 준비해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 맥락(콘텍스트), 역사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기회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객관적 분석과 총합적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 노력과 같은 유연하고 개방적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갖추게 되면, 그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룹 구성원이 중점을 둬야할 것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지정학적 문제, 환경 등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외부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에 있다"며 "내부에서 우리가 목적을 둬야하는 것은 결국 고객이고, 이를 위해 (그룹 구성원들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과 문제가 풀리지 않고 갑론을박이 있고, 답을 찾아갈 때 각자가 고객을 생각하면 고객 위한 부분에 이미 답이 있어서 문제 해결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소비자인 고객이 만족하고 행복해할지를 생각하면 문제의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은 우리가 제품을 품질이나 안전 측면에서 제대로 만들드는 것이고, 고객에 잘 하는 게 가장 기본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며 "그걸 못하면 다른 건 의미가 없다. 고객을 위한 제품 안전 품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년회 장소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선택한 것도 이 곳이 '고객'과 '비전'을 상징하는 전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위기 돌파 구상 아래 현대차는 올해 고객 수요와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펼친다.
▲ 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2025년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가운데)과 그룹 경영진이 올해 경영환경과 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HMG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은 장재훈 완성차담당 부회장, 오른쪽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선의 비즈니스 전략은 안전한 고품질 차량에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기술을 담아 제공하는 것"이라며 "비즈니스는 결국 소비자 수요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HEV),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내연기관차(ICE) 관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미국에서 현대차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전기차 세액공제나 관세 등에 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 전환 지원 확대를 위해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을 준공해 가동하고,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최적화와 제네시스 브랜드 재출시 계획을 세웠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우수 파트너사와 신설 완성차 조립생산(CKD) 시설로 생산을 현지화한다. 인도에선 법인 현지 증시 상장에 이어 생산능력 극대화에 주력하고, 브라질에선 하이브리드차 채택 가속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올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시장 진출을 통해 2021년 브랜드 리런칭과 함께 추진해온 지속가능 모빌리티솔루션 프로바이더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PBV는 단순한 이동 수단 넘어 물류 레저 등 소비자 용도에 맞는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 맞춤형 모빌리티다.
송 사장은 "기아 PBV의 차별화 지점은 무엇보다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플랫폼 유연성 바탕으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차체를 얹고, 기아의 오랜 군수와 특수차량 개발 경험과 외부 특장 개발 역량을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브랜드 첫 PBV이자 중형 모델인 PV5를 출시한다. PBV 전용 공장인 화성 이보 플랜트에서 양산해 화물운송, 여객수송, 유틸리티서비스, 교통 약자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2027년엔 대형 PBV인 PV7도 출시한다.
기아는 2030년 중형 PV5 15만 대, 대형 PV7 10만 대 등 모두 25만 대의 PBV를 세계 시장에 판매해 세계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 사장은 "(PBV 출시는) 새로운 세그먼트 진출을 통한 신규 수요 창출이란 의미뿐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주도함으로써 지속적 성장 동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재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위기가 없던 적은 없었다며, 끊임 없는 변화와 내부 문화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빠른 도전과 빠른 실패, 빠른 재도전이 선순환돼야 한다"며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실패를 많이 하는 게 낫다. 제가 그 부분을 충분히 밀어드리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달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