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튀르키예 배달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배달의민족에 ‘1등 DNA’를 이식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1위 사업자로서 국내 배달 시장을 이끌어 왔지만 지난해 무료배달이 시작되면서 쿠팡이츠에게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 튀르키예 배달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배달의민족에 ‘1등 DNA’를 이식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 대표가 튀르키예에서 음식 뿐만 아니라 택배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새로운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5일 유통업계에서는 김범석 대표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음식 배달 의존도가 높은 우아한형제들의 수익 구조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온디멘드 서비스 운영에 특화된 인물이다. 온디멘드란 플랫폼과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수요자 요구에 즉각 대응해 서비스 및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스페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글로보의 튀르키예 법인을 설립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글로보는 2020년 터키에서 철수했다. 우아한형제들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글로보 지분 94% 정도를 들고 있기도 하다.
글로보가 튀르키예에서 철수한 이후 김 대표는 튀르키예 트렌디욜 그룹의 지역커머스 부문인 ‘트렌디욜고’ 창립과 운영을 맡았다. 티렌디욜그룹은 튀르키예 최초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망한 기업이다.
트렌디욜고는 트렌디욜그룹이 사용자의 모든 일상적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선보인 플랫폼이다. 음식, 식료품뿐만 아니라 택배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지역 상인과 사용자를 연결해 준다. 무엇이든 30분 안에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렌디욜고의 목표와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배달의민족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 배달과 함께 퀵커머스인 비마트를 운영 중이다. 김 대표가 트렌디욜고를 운영한 경험을 살린다면 소비자 만족도를 개선시킬 여지도 충분하다.
튀르키예 배달 시장 ‘1등 DNA’를 우아한형제들에 이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트렌디욜고를 튀르키예 배달 시장에서 압도적 1위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트렌디욜고는 지난해 1분기 2위 사업자의 4배 정도되는 분기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튀르키예에서 운영 중인 배달앱은 5개 이상이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4년 9월 배달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9%, 쿠팡이츠가 24%다. 1년반 만에 배달의민족 점유율은 2%포인트 떨어진 반면 쿠팡이츠 점유율은 15%포인트가 뛰었다. |
국내 배달 시장은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사이의 경쟁으로 굳어진 분위기다. 우아한형제들이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지난해부터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점유율 차이가 줄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3년 3월 배달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62%, 쿠팡이츠가 9%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카드를 꺼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9월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9%, 쿠팡이츠가 24%다. 1년반 만에 배달의민족 점유율은 2%포인트 떨어진 반면 쿠팡이츠 점유율은 15%포인트가 뛰었다.
우아한형제들에게는 올해가 쿠팡이츠와 격차를 벌리느냐, 더 따라잡히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대표 취임 이후 비즈니스 네트워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트렌디욜고가 내세운 택배 서비스에 대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프리랜서 택배 모델을 소개하는 최전선에 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프리랜서 택배 모델은 이제 업계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이 음식 배달 사업에만 치중해있다는 지적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트렌디욜고가 택배 모델로도 성공을 거둔 것을 생각하면 우아한형제들이 음식 배달이 아닌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대표 선임을 알리면서 앞으로 가져갈 전략과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역커머스 시장’, ‘문 앞으로 빠르게 배달’ 등 트렌디욜고 사업 설명에서 볼 수 있었던 부분들을 그대로 가져온 점이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링크드인을 통해 “트렌디욜그룹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지역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했다”며 “저희를 믿고 저희를 지원해준 상인들과 라이더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시한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그는 “이제는 우아한형제들과 라이더, 고객들에게 봉사하고 우아한형제들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