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기자 smith@businesspost.co.kr2025-0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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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도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게임 이용자 쏠림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 출시할 주요 신작 게임들의 모바일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PC용 그래픽 카드 가격 상승으로 PC 게임 이용자 부담이 높아진 데다, 콘솔 게임기마저 가격이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모바일 게임 이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올해 모바일로 출시되는 국내 주요 게임사의 기대작. 넥슨의 MMORPG '마비노기 모바일'(왼쪽 위), 크래프톤의 익스트랙션 RPG '다크앤다커 모바일'(오른쪽 위), 넷마블의 오픈월드 액션 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왼쪽 아래), 엔씨소프트의 MMORPG '아이온2' 이미지. <각사>
5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모바일게임 시장이 올해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게임사들은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신작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 IP 기반의 '마비노기 모바일', 턴제 역할수행게임(RPG) '환세취호전'을 각색한 '환세취호전 온라인', 대표 PC MMORPG '바람의 나라'를 활용한 '바람의 나라 2' 등 모바일 MMORPG 3종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IP인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프로젝트 오버킬'과 오픈월드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등 신작 2종도 모바일 플랫폼을 겨냥하고 있고,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성공을 이어갈 차기작도 개발 중이다.
크래프톤은 탈출(익스트랙션) RPG ‘다크앤다커 모바일’,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투게더’, 오픈월드 크래프팅 게임 '팰월드 모바일' 등 3가지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게임들은 모두 PC 플랫폼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게임들을 활용한 것으로, 모바일로 이식해 흥행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넷마블은 올해 모바일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액션 RPG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출시하는 것을 제외하고, 올해 출시할 신작 8종을 모두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회사의 주요 기대작으로 올 상반기 출시될 예정인 오픈월드 액션 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는 유명 미국 드라마를, 하반기 출시할 캐릭터 수집형 액션 RPG '몬길 스타 다이브'는 자체 흥행 게임을, 오픈월드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일본 애니메이션 등 유명 IP를 활용한 것들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회사 실적 반등의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되는 MMORPG ‘아이온2’를 PC 외에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가장 많은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10종의 신작 가운데 6종을 모바일 플랫폼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지난해 PC·콘솔 게임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모바일게임 시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신작을 개발하는 이유는 모바일 게임이 특유의 편의성 덕분에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843억 달러(약 268조359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콘솔 게임과 PC 게임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4%, 0.2% 감소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2.8% 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12월30일 발간한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들은 여가 목적에 이어 편의성을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PC, 콘솔, 아케이드 게임 등 다른 플랫폼에서는 편의성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로 아예 꼽히지 않은 것과 대조됐다.
게다가 PC 가격의 최소 3분의 1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가격이 상승한 그래픽 카드의 주요 제조사인 엔비디아 등은 1년에서 1년 반 주기로 출시하는 차세대 그래픽 카드의 가격을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엔비디아가 세계 컴퓨터 그래픽카드 시장의 약 88%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1~2월에 공개할 차세대 그래픽카드 RTX 5080과 5090의 가격을 각각 1500달러(220만 원)와 2600달러(381만 원)로 책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12월30일 발간한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플랫폼별 게임 이용 이유. <한국콘텐츠진흥원>
엔비디아가 기존 그래픽카드 생산을 거의 중단하면서 RTX 4090 등의 중고 그래픽 카드 가격도 1.5~2배 가량 상승했다.
최근 출시되는 고사양 게임을 하려면 최신 그래픽 카드 구입이 필요한데, 부쩍 높아진 그래픽 카드 가격에 PC 게임 이용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콘솔 기기의 높은 가격 책정으로 판매량 감소에 직면한 일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용 게임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기존 자사 콘솔기기 독점작으로 출시하던 게임을 모바일 등 여러 플랫폼에 동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헤르만 허스트 SIE 스튜디오 비즈니스 그룹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일본 게임 매체 패미츠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게임 이용자를 유입시켜 전체 이용자 수 자체를 늘리는 게 신작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11월13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SIE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용 게임을 제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모든 게임이 다 그렇게 되는지는 확답하기 어렵지만, 특별한 제한은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사양 게임을 비싼 하드웨어 없이도 초고속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대안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분석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규모는 지난해 97억1천만 달러(14조2465억 원)에 불과했다.
삼정 KPMG 회계법인이 최근 발간한 '2025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1244억 달러(182조519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7.0% 성장하는 것으로, 온라인 게임이나 콘솔 게임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모바일게임 시장은 성장성과 규모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PC나 콘솔 등 다른 플랫폼 이용 부담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게임사 입장에선 모바일게임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