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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불확실성에 커지는 공기업 존재감, 국가적 위기 때마다 버팀목 역할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5-0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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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탄핵 정국의 장기화 가능성으로 정부의 정책 동력 상실, 대외 신인도 하락, 환율 급등이라는 대내외적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권 공기업의 역할에 시선이 모인다.

과거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공기업들은 혼란한 시기마다 각각의 영역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다해 왔다.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커지는 공기업 존재감, 국가적 위기 때마다 버팀목 역할
▲ KDB산업은행이 ‘중소기업 특별 상환유예제도’의 기한을 2024년 말에서 2025년까지로 연장하는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5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당국과 금융 공기업은 환율 안정 및 경제 위기감 해소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내놓고 있다.

대표적 금융 공기업인 KDB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외화대출 차입금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한 ‘중소기업 특별 상환유예제도’의 기한을 2024년 말에서 2025년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을 활용하거나 공기업의 외화 차입 확대를 통해 환율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적정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업을 활용한 안정책을 써온 바 있다.

정부는 2008년에 환율이 급등하자 공기업의 외환 차입을 전면 허용하면서 달러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반면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던 2013년에는 공기업의 불필요한 해외 차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 불안에 공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환율 관리에 그치지 않고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등에 따른 경제 위기에는 공기업이 국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희생양' 역할을 맡았다.

김대중 정부는 대한민국 공기업에 민영화라는 쓴 약을 내밀었다.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공공부문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를 높이려면 공기업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진행된 공기업 민영화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임무에 따라 역대 정부 가운데 제일 큰 규모로 진행됐다. 

한국통신(현재 KT), 담배인삼공사(현재 KT&G), 한국중공업(현재 두산에너빌리티), 포항제철(현재 포스코) 등 알짜배기로 손꼽히는 공기업들이 잇따라 민간에 매각 대상이 됐다.

당시 민영화된 포스코, KT, KT&G 등 기업들은 현재도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축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때 공기업에 주어진 역할은 IMF 구제금융 때와는 달리 대형 국책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문제 삼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2008년 상반기에 발생한 인플레이션과 촛불집회, 2008년 하반기에 터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민영화 추진이 어려워지자 공기업에 다른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기업 주도의 주요 대형 국책사업으로는 행정도시 세종시 건설, 경인아라뱃길, 4대강 사업 등 대형 토목건설이 꼽힌다.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커지는 공기업 존재감, 국가적 위기 때마다 버팀목 역할
▲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보급 등 부동산 관련 대규모 정책사업을 맡았다. 한국수자원공사 또한 경인아라뱃길, 4대강 사업 등에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련 공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었다. 토지주택공사는 부채가 2007년 말 기준으로 66조9098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2년 말 기준으로 138조1천억 원이 됐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는 같은 기간 1조5756억 원에서 13조7779억 원으로 약 9배 증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 공기업에는 자원과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로 해외 자원개발을 맡겼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대부분 실패하고 에너지 공기업에 대규모 부채만 안기는 등 부정적 결과만을 남겼다. 일례로 한국석유공사는 현재까지도 당시 해외 자원개발 실패로 발생한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공기업은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종의 시범 대상으로 선도적 역할을 맡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앞장 서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차별과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가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노동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은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22 대한민국 공공자료’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말 기준으로 30만7690명이던 350개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의 직원은 2022년 41만6191명으로 10만 명 넘게 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비수도권 발전을 위한 '지방시대 추진'을 위해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목적 아래 정부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KDB산업은행 이전은 노동조합의 반대와 업무 효율성 우려에 가로막혀 현재 추진 동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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