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세 번째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범석 기재부 1차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은 총재가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은행연합회> |
[비즈니스포스트] 3일 2025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롯데호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자관은 없었지만 이날 행사장은 최 권한대행 지지발언으로 채워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 권한대행께서 정치보다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며 “경제 시스템이 정치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날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한 국무위원들을 겨냥해 “고민 좀 하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강경발언을 내놓았는데 다시 한 번 지지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이날 연단에서 최 권한대행을 지지한 이는 이 총재뿐이 아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원도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할 것이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드릴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사전에 배포된 자료에 없던 발언이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 권한대행 지지로 안을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은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진다.
최 권한대행은 최근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했는데 이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쪽의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 권한대행을 지지한 것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더 이상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 이창용 한은 총재가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 경제는 현재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외부적으로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의 변수가 남아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은 익숙한 수준이 됐고 이제는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하향조정된 데다 잠재성장률인 2%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도 하나같이 올해 국가경제가 크나큰 불확실성 앞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금 우리 경제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활동과 심리를 위축시키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내수 경기가 부진하고 서민과 자영업자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신년인사회 행사도 지난해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새해를 여는 북 퍼포먼스 등도 행사에 포함됐다. 다만 올해는 제주항공 참사 사망자를 위한 묵념 뒤 곧바로 금융당국 수장의 신년사로 이어졌다.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 수장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고 주최 측인 은행연합회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해를 맞아 고난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보내며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 이복현 금감원장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복현 원장은 "옛 조상들은 낡은 허물을 벗고 새 비늘로 다시 태어나는 뱀의 모습에서 지혜와 생명력을 엿보았다고 한다"며 "2025년 푸른 뱀의 해에는 우리 금융이 어려운 여건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입증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은행연합회 등 업권별 금융협회 6곳이 주관해 해마다 열리는 금융권 최대 ‘만남의 장’으로 손꼽힌다.
코로나 이후 매년 F4로 불리는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으나 올해는 최 권한대행이 불참하면서 F3만 참석한 채 치러졌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