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신년사에서 최근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을 의식해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이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물가 4번, 환율 7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발표한 2025년 신년사에서 물가와 환율에 대해 각각 언급한 횟수를 헤아린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신년사에서는 물가보다 환율을 더 주요한 변수로 본 것이다.
그만큼 현재 국내 경제상황은 환율 방어가 시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수출 둔화에 내수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를 밑도는 1.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한다.
이 같은 상황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500원 선을 육박하고 있어 국내 경제에 한층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내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달러 현상이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겹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당분간 마땅한 환율 하락 재료가 없다”며 “1월에 대외적으로는 강달러 압력이 재확대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과 경기 부진에 따른 환율 상방 압력이 더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시장에 퍼지고 있는 환율 불안을 달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 총재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경제 콘트롤타워로 역할이 커진 상황인 만큼 지금의 시장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금융 안정에 신년사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 총재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한국은행도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정부 정책에 조언하며 대외 신인도를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시장안정화 조치로 대응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연하고 기민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발표되는 외환보유액은 시장의 심리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9월 4199억7천만 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10월 4156억9천만 달러, 11월 4153억9천만 달러로 감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을 경우 외환보유액이 12월에 크게 줄어들었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일 발표되는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할 4천억 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시장의 불안 심리는 급속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신년사 이후에도 환율이 1500원대를 넘겨 고공행진을 하고 외환보유액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1월16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려질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으나 환율 불안이 시장 전반에 퍼진다면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전례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