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은행들이 노조위원장 선거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는 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박근혜 게이트의 여파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전만큼 강하게 밀어붙이기 힘들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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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간은행 대다수가 다음해 임금단체협상에 성과연봉제 도입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하거나 논의를 미루고 있다.
신한은행은 임금단체협상에 성과연봉제 도입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이진용·김정한 신임 공동 노조위원장의 집행부가 다음해 1월에 출범해야 성과연봉제 도입여부를 상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등도 조만간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르는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을 당장 논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성과연봉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내부에 두고 있는데 이 팀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민간은행 관계자는 “민간은행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전처럼 긴급한 안건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신규 노조집행부는 회사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한 적이 없어 원점부터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성과 중심의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일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불가결한 핵심과제”라며 “이를 이루지 못하면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야당의 반발로 선임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금융위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점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힘을 잃은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게이트가 본격화된 뒤 금융위도 이전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며 “임 위원장의 거취가 계속 애매한 상태일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후보로서 인사청문회를 받게 되면 성과연봉제 도입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노조 7곳은 회사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자 법원에 성과연봉제 효력중지 가처분을 개별적으로 신청했는데 박근혜 게이트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융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노조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는데 박근혜 게이트로 상황이 급변했다”며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금융공공기관도 다음해에 성과연봉제를 실시하지 못해 민간은행의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