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1-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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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2025년 실적을 회복하며 자존심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챗GPT를 통해 생성한 K뷰티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뷰티업계 대표주자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여전히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2022년 이후 글로벌 뷰티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실적이 하락했는데 아직 이들의 핵심 시장으로 여겨지는 중국에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뚜렷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회장이 추진한 경영 전략이 지난해 일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2025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딛고 반등의 신호탄을 쏠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부터 급격한 부진을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이어오고 있다.
상장기업 분석기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8355억 원, 영업이익 4824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표 뷰티기업으로 군림하던 시기인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62.6% 줄어드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8352억 원, 영업이익 2233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2021년 대비 매출은 21.1%, 영업이익은 35.0% 감소하는 것이다.
두 기업의 주가는 실적 부진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170만 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현재 30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같은 시기 30만 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10만 원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국 시장 부진, 치열해진 경쟁,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그리고 실적 악화까지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변화를 통해 일부 성과를 보인 만큼 올해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정애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투자를 통한 성장 전환’을 강조하며 ‘더후’를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발맞춰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더후’의 리뉴얼에 총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오휘와 숨의 오프라인 매장을 과감히 철수하고 더후에 역량을 집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실제 이러한 전략은 일부 성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해외 시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부진이 깊었던 핵심 시장에서 드디어 회복의 신호가 포착된 셈이다.
특히 ‘더후’를 중심으로 구축해온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중국 내 구매력 높은 충성 고객층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른 브랜드와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며 비용 효율화를 추진해 브랜드 집중을 통한 효율적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도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추진한 전략이 일부 성과를 거두며 2025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회복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서경배 회장이 내세운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서구권에서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만큼 올해 시장 다각화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 79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리밸런싱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시장 다각화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아모레퍼시픽은 약 1조 원을 투자해 민감 피부용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하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코스알엑스는 북미, 동남아시아, 유럽 등 140여 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최근 유럽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으로 채널을 확장하며 서구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성장 가속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은 실적을 통해 성과를 일부 입증하며 아모레퍼시픽의 위상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코스알엑스가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리밸런싱을 통해 해외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점도 올해 전망에 긍정적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는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BFCM)’ 행사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당 행사에서는 라네즈와 설화수 같은 대표 브랜드는 물론 미주 지역에 공식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들까지 높은 판매량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따라 서구권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일부 증권가에서도 두 기업의 회복 가능성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부터 실적 개선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북미 지역에서 신규 2개 브랜드 출시가 예정돼있는 등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중국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2024년 비우호적 영업 환경과 마케팅 투자 확대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부터 중국과 북미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핵심 시장인 중국 소비 경기가 여전히 깊은 침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중국은 통화정책 기조를 ‘신중’에서 ‘완화’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현지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물 소비 경기가 반등했다는 뚜렷한 신호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