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및 구속 촉구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는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정국을 맞이하면서 2025년에는 존속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공조수사본부가 법원에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31일 발부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체포도 초읽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 뒤 31개월 만에 붕괴를 맞이하기까지 계기가 된 7가지 주요 이슈들을 살펴본다.
◆ 야당이 ‘반국가세력’이라는 그릇된 인식, 12·3 비상계엄이라는 ‘오판’으로 이어져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을 ‘반지성주의’로 규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윤 대통령은 반지성주의가 민주당을 지목한 게 아니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2023년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과 같은 해 8·15 경축사 등 임기 내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반국가주의’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공격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에 취임식 당시 ‘반지성주의’에서 ‘반국가주의’로 그릇된 인식이 확장되는 동시에 굳어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2024년 4월 총선 참패로 대통령 임기 동안 ‘여소야대’가 확정되자 야당을 향한 윤 대통령의 적대감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논리는 결국 “종북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발언에 담겼다. 결국 윤 대통령은 망상에 불과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내란 혐의와 함께 국회의 탄핵소추로 이어지며 정권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 오판이 됐다.
◆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 '명태균 게이트' 일파만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단초가 됐던 JTBC의 태블릿 보도와 비교될 정도로
윤석열 정권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파장은 컸다.
대통령실은 2022년 대선 당시 정치브로커인 명씨와 관계가 있었지만 대선이 끝난 뒤 ‘절연’했다며 윤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명씨를 선거철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치브로커 쯤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10월31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를 공개했다.
이에 명씨를 일개 '정치 브로커'라며 사건을 축소하려던 모든 논리는 무너졌다.
또한 대통령과 여권 지지율을 추락시키고 야권이 특검을 요구하는 단초가 됐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는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다른 여권인사들까지 확대되면서 사건의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특히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연락했던 메시지가 저장된 이른바 ‘황금폰’까지 검찰이 확보해 ‘명태균 게이트’는 앞으로도 윤 대통령 부부를 옥죌 가능성이 높다.
▲ 윤석열 대통령이2024년 11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게이트와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거듭된 의혹의 반복' 김건희는 윤석열의 최대 약점
윤석열 정권의 몰락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배우자 김건희씨다. ‘윤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김건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건희씨는 명품백 수수부터 서울-양평고속도로, 명태균과의 관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까지 온갖 사건에 연루돼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를 청탁금지법 위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통정매매 계좌활용 등 수많은 정황증거가 나왔음에도 김건희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야권의 ‘김건희 특검법안’에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권 차원의 ‘김건희 감싸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족과 친인척 비위 관련 수사를 틀어막은 것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건희씨는 수해 현장 지원을 나갔던 해병대 병사가 사망한 사건의 수사와 관련된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에도 등장했다.
야권이 줄기차게 요구한 채상병 특검법안 역시 윤 대통령이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을 왜 그렇게 보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등장할 때 ‘김건희씨’가 연결고리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 임성근 전 사단장이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의 ‘선수’였던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함께 골프를 치는 사이였던 점이 드러났고 이종호는 임 전 사단장에게 “내가 VIP에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수사 이첩이 보류됐고 수사책임자였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항명을 저지른 군인이 돼버렸다.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자 ‘런종섭’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 내내 끊이지 않았던 ‘김건희 논란’은 당연히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김건희씨가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가 1위를 여러 번 차지한 점도 이러한 평가를 방증한다.
◆ 한동훈과도 정치적 결합 못한 '친윤'의 국민의힘 장악과 총선 참패
윤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안정적 체제를 구축하는데도 장애물이 됐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7개월 동안 국민의힘 지도체제는
이준석-권성동 대행-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정진석 비대위-김기현-
한동훈 비대위-황우여 비대위-
한동훈 체제-권성동 대행-권영세 비대위 등으로 10번이나 바뀌면서 그 가운데 ‘비대위’ 체제만 다섯 번을 겪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여당 지도체제의 핵심 원인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태도를 용납하지 못하는 윤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대위가 출범됐지만 명품백 수수 등에 관해 김건희씨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허용하지 못하며 ‘윤-한 갈등’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 비대위원장이 그 뒤 전당대회를 거쳐 정식으로 당대표에 취임했지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했고 윤 대통령의 뜻을 받든 친윤(친
윤석열)계는 끊임없이
한동훈 대표를 흔들었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여당 장악 행태는 정권 초기 지도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
이준석 몰아내기’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는 결국 탈당하고 윤 대통령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보수인사들과 함께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 첫 피해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4일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윤 대통령 상황을 두고 “자기 잘난 줄 알고 다 하더니 꼴좋다”는 일침을 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4일 경기도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응급의료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
◆ 의대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국민 생명권 위협
윤 대통령은 정치 뿐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무모함’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무모한 정책 추진의 대표적인 사례가 의대정원 확대 문제다.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을 1년에 2천 명씩 증원을 발표하며 지난 2월 촉발된 의료 대란은 해를 넘기는 시점을 앞두고도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왜 의대정원을 1년에 2천 명을 증원해야 하는지를 두고 정부와 야권이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아직까지도 합리적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계는 물론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과의 소통도 없는 상태에서 실행된 갑작스런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공백’을 불러일으켰고 실질적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우호적인 여론도 악화됐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 2천 명이라는 특정 숫자를 고집하면서 입시와 병원의 대혼란을 야기했다”며 “의대정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일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 일본의 마음만 우선시한 대일외교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그리고 '바이든 날리면'
윤 대통령은 일반적인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일 외교로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해 우리 외교부가 법원과 소송을 펼치는 희한한 모습이 연출됐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리 정부가 허용했으며 오히려 방사능 유출에 따른 안전성을 우려하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주장을 ‘괴담’이라 비판했다. 세금으로 오염수 방류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일본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동원 역사를 삭제하는 데도 합의해줬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에 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상징하는 발언으로 남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반 컵'을 채우면 일본이 남은 '반 컵'을 채울 것이라던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과 관련해 일본이 뒤통수를 치면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력이 있는 일본 측 대표가 참석하며 결국 행사가 파행됐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
윤석열 정부는 뭘 믿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을 해준 거냐”며 “아무리 대통령이 일본과 친해지고 싶어도, 국가 대 국가의 외교에서 우리 국익과 국민의 자존심을 위한 최소한의 상호주의는 지켜야한다”고 혹평했다.
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까지 동원해 직접 발 벗고 나섰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능력에 의심을 갖게 만드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3분의2 득표를 저지한 뒤 결선투표를 진행하면 부산의 대역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으나 165개국의 투표 결과는 119대 27로 처참했다.
정권 초기였던 2022년 9월 미국 순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국민 듣기평가로 이어진 ‘바이든 날리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독선적 태도를 그대로 노출시키며 지지율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3월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대파’ 논란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무능
윤석열 정권은 집권 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 경제운영을 정상화 하겠다며 낙수효과에 근거한 ‘건전재정’과 ‘기업 감세’를 경제정책 기조로 설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6%(OECD 기준)에 그쳤고 내수경기가 위축된 상황과 정부의 감축재정이 맞물리면서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꾸준히 내려가는 등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경제성장이 주춤하는 동안 치솟은 ‘물가’로 서민들의 삶도 더욱 어려워졌다.
2024년 3월 윤 대통령이 직접 물가 현장을 점검하겠다며 한 마트에 들러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대파’ 논란은 대통령의 경제 현실 인식이 일반 국민들과 크게 동떨어져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카르텔'을 언급하며 갑자기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도 경제 정책의 비합리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여겨졌다.
R&D 예산 삭감은 이에 항의하는 카이스트 졸업생을 ‘입틀막’하는 사건 등 이공계 연구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1년 만인 202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복원됐다.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에서도 줄이지 않았던 R&D 예산을 갑자기 줄이면서 과학기술계의 연구개발 동력이 크게 떨어져 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 동력이 크게 손상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