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비대위 출범 이전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온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입장이나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당내 일각의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권영세 비대위'가 당 쇄신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30일 오전 11시 이헌승 전국위원장 주재로 온라인 전국위원회를 열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여당 지도부의 대표로서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 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정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권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만큼 비대위를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외부 인사들 보다는 의원 선수별로 1~2명의 대표를 뽑아 비대위원으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구성과 함께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도 관심을 끈다. 권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이 마무리되면 ‘비상계엄 대국민사과’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에서 나타났던 모습들을 고려할 때 권 비대위원장이 비상계엄에 선을 긋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12·3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내란 사태’로 칭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되자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권한쟁의심판과 함께 임명동의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도 이어가는 모양새다.
권 비대위원장 스스로도 복수 언론에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에서도 가능하다고 여기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찬성함으로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권 비대위원장 견해도 당 주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헌법재판관 9인 완전체 구성은 정당성도 있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국민의힘도 왜 굳이 6인 체제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윤상현 의원이나 김민전 의원 등 당 일각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해 강성 극우 지지층에 호응하는 행보가 나타난 점도 ‘내란 옹호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된다.
윤 의원은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다”며 계엄이 아니라 탄핵 의결에 대해 사죄했다.
국민의힘이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며 만든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내란죄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입장문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해 논란이 됐다. 미디어특별위원회의 김 전 장관 입장문 배포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갑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이 대통령과 깨끗이 절연해도 시원찮을 판에 ‘피고인 김용현’의 입장을 대변하다니 도대체 민주당과 싸워 이길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나 26일 회에서 '민주당의 국정인질 탄핵겁박 규탄대회'를 마친 뒤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일 ‘권영세 비대위’가 당 내부 안정에 초점을 맞춰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듯한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내란 옹호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대통령이 병력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그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안 의결에 있어서도 여전히 당론으로 반대를 했는데 이는 국민들의 생각과 기준에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를 보였던 것”이라며 “더 이상 대통령에게 맹종하지 않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친윤(친윤석열)’ 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애초부터 ‘권영세 비대위’가 당을 쇄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 비대위원장은 취임 후 바로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친윤계 초선 강명구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비대위원장은 5선 의원 고지에 오르는 동안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대표적 ‘친윤’ 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권 비대위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권 비대위원장 선임을 두고 “이 시점에서 소위 ‘친윤’ 시스템으로 다시 당이 돌아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박근혜 비대위원장처럼 자기(친윤)들의 영향력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비대위를 꾸리는 게 상식인데 자기 식구(친윤)끼리 다 하려는 비대위원장 인선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과 굉장히 반대되는 멀어지는 쪽으로 국민의힘이 작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