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비롯한 대중 무역정책을 실제로 시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한 뒤 중국을 상대로 관세 인상과 규제 등을 앞세워 전면적으로 ‘무역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소재와 상품 가격이 높아져 미국 내 여러 산업에 타격을 입히는 한편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이 공약대로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실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90%에 이른다는 관측을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 일부 품목에 최고 60%, 나머지 제품에는 10% 관세를 일괄 부과한다는 방침을 앞세우고 있다.
만약 이러한 세율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중국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부과 계획을 중국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트럼프 당선인이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고율 관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해당 정책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제조업 및 유통업 전반에 중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미국에서 제조되는 대부분의 상품이 중국의 공급망을 거치는 만큼 자동차와 산업기계, 가구와 직물 등 산업에 큰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산업의 특성상 이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관련 기업의 영업이익이 10~30%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 정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목재와 철광석, 농산물과 축산물 등이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해당 제품들의 최대 80%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무역보복에 나선다면 매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에도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해 ‘눈에는 눈’ 전략으로 응수했다”며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4년 11월16일 페루 리마 AEPC 서밋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정부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같은 방식으로 보복에 나서는 것을 넘어 새로운 대응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에 불안요소로 지목됐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흑연과 안티모니 등 희토류 공급 물량의 약 70%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들었다.
중국은 이미 이러한 희귀광물 및 희토류 소재를 대상으로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을 관리해 언제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소재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는 물론 군사무기 분야에도 중요하게 활용되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중국산 소재 공급망을 쉽게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 정부의 새로운 무역보복 수단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주요 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트럼프 정부가 촉발하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곧 체감하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산 제품 또는 부품과 소재 가격 인상은 결국 미국의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의류와 신발, 전자제품이 미국 가계 소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관세 부과는 가격 인상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이 미국에서 0.24%포인트 수준의 인플레이션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관측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이와 별개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의 기술 규제 강화, 주요 동맹국의 규제 동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무역 갈등은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면전에 접어들며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와 외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국과 관계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이는 한국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