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대한항공 메가캐리어 향해 이륙, 강달러 '뉴노멀' 모드에 항공업계는 시름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2024-12-26 15: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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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4년은 국내 항공산업의 판도가 대대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첫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 관계였던 양대 대형항공사(FSC)가 통합되며 세계 10위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했고 저비용항공사(LCC)들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
▲ 2024년 항공업계에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완성이 꼽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끝을 맺은 일은 올해 가장 중요한 산업적 사건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11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받은 뒤 이달 11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까지 마무리 지었다. 2020년 기업결합의 첫 발을 뗀지 4년만이다.
대한항공의 신주 취득 금액은 1조5천억 원어치다. 2020년 12월 계약금 3천억 원, 2021년 3월 중도금 4천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잔금 8천억 원을 모두 납입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해 최대 주주 지위를 얻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국내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했을뿐 아니라 글로벌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기반을 갖춘 셈이다. 통합 대한항공은 규모나 수송량 측면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은 중장기적으로 양대 항공사 결합 이후 국내에서 확고한 경쟁지위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 신규 취항지 발굴, 효율적 노선 배치 등으로 사업적 기본체력(펀더멘털)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의 결합은 저비용항공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왔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대형항공사와도 일정 부분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은 그 자체로도 저비용항공사에게 큰 변수다.
양대 대형항공사 통합으로 그 아래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가 하나로 통합되면 기존 상위권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을 능가하는 압도적 규모의 저비용항공사가 꾸려진다.
단순히 기단규모만 놓고 봐도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항공기 수는 58대(진에어 31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다. 제주항공(41대)과 티웨이항공(38대)와 제법 큰 격차다.
이런 전망은 올해 저비용항공사 사이에서 활발한 지분 변동이 있었던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명소노그룹이 올해 들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잇달아 확보한 만큼 항공업계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적어도 한 곳을 인수해 항공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명소노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내년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해 항공업 진출을 위해 실탄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024년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강달러’가 고착화하며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구조인 항공업계가 새로운 도전 거리를 안게 된 한 해이기도 하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0원을 돌파했다. 이번 환율 변동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내년 금리인하 전망을 기존 4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하기로 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에 강달러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은 외화 거래 비중이 높고 외화 부채가 많아 환율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가장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지금 같은 강달러 국면이 지속되면 영업수지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환율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약 140억 원의 손해가 생긴다.
대한항공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환율이 10% 상승할 때 세전 순이익 감소 효과가 364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다.
▲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강달러’가 고착화하며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구조인 항공업계가 새로운 도전 거리를 맞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외적으로 강달러를 촉발하는 요인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원화 약세까지 더해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직전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대에 이를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붙인 계엄·탄핵 정국은 환율뿐 아니라 여객 수요 측면에서도 항공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12일 소상공인, 자영업자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실태조사에서 계엄과 탄핵 정국 영향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46.9%였다. 피해 사례 가운데는 단체 회식 취소, 여행객의 투숙 예약 취소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정국 불안이 미치는 관광 위축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내년도 관광예산(1조3천억 원)의 70%인 9400억 원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하는 한편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크루즈 관광객에 대해서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해외공관을 통해 한국여행의 안전성을 적극 설명하고 있으며 외신 간담회와 유렵 해외 미디어 협업 등으로 관광 이미지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