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4-12-26 15: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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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조영철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이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실적 다변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방산 및 발전용 대형 엔진 사업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싣는다.
대형 엔진 사업은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확대와 배기규제 등 친환경 흐름에 힘입어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실적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왼쪽 두번 째)이 26일 전북도청에서 전북도·군산시·한국산업단지공단과 ‘엔진 및 배터리팩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 HD현대인프라코어 >
26일 HD현대인프라코어는 '엔진 및 배터리팩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고 전북 군산사업장 1만9천 평 부지에 1168억 원을 4년 동안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HD현대인프라코어가 HD현대에 편입된 이후 최대 규모로 현재 건설기계 생산시설만 보유한 군산 사업장에 엔진 및 배터리팩 생산시설이 마련된다.
군산 사업장은 전차용 방산엔진 연간 120대, 최대 3메가와트(MW)급 초대형 발전용 엔진 연간 1250대, 전기버스 3천 대에 탑재할 수 있는 880메가와트시(MWh) 규모의 배터리팩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역 경기의 활성화까지 기대하게 할 만큼 과감한 HD현대인프라코어의 투자 결정에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이 지역구인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내놓기도 했다.
신 의원은 26일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역량과 군산 산업 인프라가 만들어낼 대한민국 신성장 산업이 기대된다 "며 "군산이 대한민국 대표 제조업의 도시로 더욱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대형 엔진의 생산력 확대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확대와 함께 전차 등에 쓰이는 대형 엔진의 수요도 늘어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3분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HD현대인프라코어가 맺은 엔진공급 수출 계약은 두 건이며 모두 전차 탑재용이다.
계약 내역은 현대로템이 생산해 폴란드에 수출하는 K2전차의 엔진을 공급하는 1830억 원 규모의 계약, 튀르키예 베메제와 1102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차 탑재용 엔진공급 계약 등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군산 사업장을 통해 그동안 수주한 폴란드 및 튀르키예 수출용 전차 엔진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방산엔진 수주 물량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밖에 중소형 엔진과 배터리팩은 244억 원을 투입해 인천공장에 전용 설비 증설로 대응하기로 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기존 인천공장에서 생산하던 중소형 엔진과 군산에서 생산할 대형 엔진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고 말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K2 전차용 방산 엔진, 초대형 발전기용 엔진, 상용차 및 산업용 배터리팩을 양산해 2035년까지 매년 4천억 원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조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군산 투자 결정을 놓고 "엔진사업부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번 투자로 향후 10년 동안 누적 4조5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친환경 규제에 따른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발전용 대형 엔진의 신규 수요 자극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발전용 대형 엔진 부문에서 배기 규제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부적 과제를 보면 유럽 배기규제 대응 엔진 개발(선진 시장 배기규제 만족)과 사업영역확대를 위한 엔진 마모 부품의 성능과 수명 예측 기술 개발, 제품 라인업 확대 및 신규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용 및 상용 차량용 디젤/가스 및 친환경 엔진 개발 등이 잡혀있다.
조 사장은 관련 기술 개발에 더해 미국과 유럽시장 내 제품 라인업 강화, 고객사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인터마트’에 참여해 'HYUNDAI' 엔진 부스를 마련하고 전동화 배터리팩, 수소엔진 등 차세대 친환경 동력 제품 라인업을 소개한 바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수소엔진의 발전용 실증 운전에 착수하며 향후 22리터급 이상 대형 엔진으로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인터마트에서 "이번 행사에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차세대 엔진 기술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 동력 솔루션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엔진 사업에 힘을 싣는 까닭은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건설기계 부문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엔진 부문의 실적 및 수익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 부문은 산업용, 발전기용, 방산용(K2전차) 등 전방산업 수요가 올라오면서 영업이익이 2021년 480억 원에서 2022년 1260억 원, 2023년 1520억 원으로 증가헀다. 올해는 181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 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3093억 원, 영업이익 470억 원을 거둬 처음으로 건설기계 부문 영업이익을 넘어서기도 했다. 건설기계 사업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8481억 원, 영업이익 458억 원을 냈다.
증권업계에서도 HD현대인프라코어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을 놓고 엔진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발전, 방산, 선박 등 다양한 용도에 확대 적용되고 있는 엔진 부문은 2016~2023년 연평균 매출성장률 13%, 영업이익 성장률 15%을 기록했다”며 “특히 현대로템 폴란드 K2전차에 납품 예정인 방산용 엔진 1천 기 이상은 기당 단가가 10억 원대로 엔진 사업부의 연결실적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