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최대 이슈는 국산 항암제인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판매 승인이 꼽힌다.
국산 항암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처음 받은 만큼 단순히 개발사인 유한양행을 넘어 ‘K바이오’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도 한껏 올려서다.
▲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산 항암 신약으로 미국 문턱을 넘은 만큼 내년에도 호재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은 챗지피티를 사용해 생성한 바이오 관련 이미지.
내년에는 렉라자뿐 아니라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도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가는데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 달러)’ 의약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렉라자가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신약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등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개 의약품이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내면 세계적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불린다.
렉라자는 올해 8월 미국 FDA에서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제인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G) 엑손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및 전의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에 대해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품목허가에 따라 미국에서 렉라자 가격도 1달 복용분(30정) 기준으로 약 1만8천 달러(약 2400만 원)로 책정됐다. 이에 따른 1년 약가는 21만6천 달러(약 2억9천만 원)로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1년 약가인 20만4천 달러(약 2억7천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렉라자 가격이 타그리소보다 높게 책정된 것은 신약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의약품 가격 책정은 제약사가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를 포함해 보험사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3곳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5월 예정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렉라자의 비교 임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 타그리소보다 개선된다면 렉라자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 데이터가 긍정적이라면 렉라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등극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 현재 증권가는 렉라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달성 시기로 2027년을 바라보고 있다.
유한양행이 렉라자의 기술을 이전한 존슨앤드존슨은 현재 유럽에서도 렉라자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 결과가 좋으면 렉라자를 통해 얻는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유한양행 렉라자(사진)가 내년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가면서 업계 차원에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 기대되는 의약품으로는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도 꼽힌다.
짐펜트라는 미국 제품이름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램시마SC로 불린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베터(생체의약품 개량신약)이지만 미국 FDA에서는 신약으로 승인을 받았다.
기존 정맥주사형 제품을 피하주사형으로 개선한 제품인데 인플릭시맙 성분으로는 유일한 피하주사 형태로 투약 편의성이 높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미국에서 짐펜트라를 출시한 이후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어 내년부터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0월 미국 의약품시장 유통망에서 핵심으로 여겨지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짐펜트라 등재를 모두 마쳤다.
처방약급여관리업체는 미국에서 보험사와 약국, 제조사의 중간자 역할로 보험사를 대신해 제조사와 약가 및 리베이트를 협상하고 처방약 리스트를 관리해 의약품 급여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PBM 등재 여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수 있다.
셀트리온이 내년 짐펜트라 연간 매출 목표로 1조 원을 설정한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유럽에서는 이미 램시마SC로 올해 매출 360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매출 4천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짐펜트라가 미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유럽과 합산 매출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신약이 블록버스터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일인 만큼 해당 기업을 넘어 국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경쟁력 있는 국산 신약들이 성과를 낸다면 국내 산업 전반에도 선순환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