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12-24 16:00:03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오뚜기가 해외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에 생산공장 2개를 가지고 있지만 라면업계 경쟁사인 삼양식품과 농심에 밀려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 오뚜기가 경쟁기업과 비교해 해외 사업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
미국 진출 20년 만에 현지 생산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4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오뚜기는 내년 사업계획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원/달러 환율 1300원 후반대를 예상했지만 현재 1450원이 넘어가면서 사업계획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사업계획을 일부 조정하고 있고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각종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도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높은 환율에 따른 어려움은 식품기업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해외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오뚜기에게는 더욱 뼈아픈 일로 여겨진다.
오뚜기의 해외 사업 성과는 라면업계에서 내세우기 힘든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해외에서만 누적 매출 9620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이 4357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오뚜기가 같은 기간 낸 해외 매출은 2591억 원이다. 삼양식품의 4분의 1 수준, 농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오뚜기가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의 성과가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고환율은 오뚜기의 사업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오뚜기가 경쟁기업을 제치고 해외에서 성과를 내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 존재한다.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삼양식품과 농심의 성장세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지난해 11월 장녀 함연지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해외사업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올해 5월에는 함연지씨가 오뚜기 미국법인인 오뚜기아메리카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하기도 했다. 미국법인에서는 함연지씨 남편인 김재우씨도 근무하고 있다.
오뚜기의 행보를 볼 때 함 회장이 점차 미국 시장으로 무게 추를 옮기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이미 삼양식품이 도드라지는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미국에 역량을 집중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딸이 미국법인에 입사한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동시에 미국이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 최종 목표로 꼽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함 회장이 결국은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정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 베트남 하노이의 한 편의점에 오뚜기, 삼양식품, 농심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오뚜기는 이미 오랜 기간 미국에서 경험을 쌓았다.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2005년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가량 됐다.
오뚜기에 따르면 미국 법인은 북미 지역 식료품 판매와 원재료 구매, 수출 등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한다면 그동안 쌓은 사업경험을 토대로 매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삼양식품은 2021년이 돼서야 미국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네트워크를 다져온 시간만 놓고 보면 오뚜기가 앞서지만 불닭볶음면에 맞설 만한 대표 상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 주요 유통채널 입점률을 높여가고 있다. 월마트 입점률은 90%대 초반, 코스트코 입점률은 50%대 후반을 기록 중이다.
농심은 오뚜기보다 10년 이상 앞선 1994년에 미국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현지 사업 노하우에 있어서는 농심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12월 초 인도네시아 수출을 위한 할랄 인증도 받았고 베트남에는 생산 공장을 2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며 “미국은 현재 공장 부지만 확보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