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간석점,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
[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 3사가 모두 신선식품에 집중한 식품특화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이커머스와 창고형 할인매장에 밀리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신선식품이라는 판단 아래 이뤄지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16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온라인 쇼핑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오프라인 쇼핑은 창고형 할인매장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면서 대형마트의 입지가 갈수록 애매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형마트 실적은 대체적으로 부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대형마트의 기존점 성장률은 -0.7%에 그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 동향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 성장률은 17.5%를 기록했지만 오프라인 매출 성장률은 3.4%에 그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성장률 격차는 지난해 5.1%포인트에서 올해 14.1%포인트로 확대했다.
오프라인 채널 가운데 편의점과 준대형 규모 점포는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대형마트 성장률은 0.7%에 머물렀다.
대형마트들은 부진이 장기화하자 대안으로 공산품보다 식품 비중을 대폭 확대한 ‘식품특화 매장’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대형마트가 의존할 수 있는 분야는 사실상 식품 부문으로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25개 기업의 2024년 3분기 누적 카테고리별 성장률에서도 식품은 13.2% 성장한 반면 가전·문화, 패션잡화 등 비식품 카테고리는 각각 0.4%,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성장률이 후퇴했다.
올해 상반기 각 대형마트에서 발표한 매출 상위 3위 품목에서도 모두 식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돈육, 맥주, 한우 순으로 매출 상위를 기록했으며 롯데마트는 돈육, 한우, 맥주가 상위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구체적인 품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할인점업계 특성상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의 대형마트 주요 구매 품목이 신선식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이를 공략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일 수밖에 없다.
이마트가 최근 ‘푸드마켓’을 선보인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로 여겨진다.
푸드마켓은 신선식품, 간편식, 프리미엄 식재료 등을 한데 모은 전문 식품 매장이다. 이마트는 12월 대구시 수성구에 푸드마켓 1호점을 개점했는데 입점업체와 행사장을 제외한 직영 면적의 86%인 2829㎡(약 856평)을 식료품으로 구성했다. 가격도 할인점보다 20~50% 저렴하게 운영하고 있다.
8월 이마트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으로 새단장해 재개장한 점도 식품 특화 전략의 한 축으로 평가된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식품 매장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마트 공간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신선식품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홈플러스 역시 2022년부터 '메가푸드마켓' 매장을 확대하며 식품특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가푸드마켓은 신선식품과 델리코너를 중심으로 식품 매장을 강화한 점포다. 현재 130여 개의 매장 가운데 33개 매장이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된 상태다.
롯데마트도 2023년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을 선보이며 대형마트 최초로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구성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그랑그로서리는 온라인에서 접하기 어려운 초신선 상품, 즉석 조리 델리, 글로벌 먹거리 등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집약한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12월 발표한 국내 유통시장 동향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이러한 전략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개장 한 달 만에 방문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46% 늘어나며 이마트 전체 점포 매출 가운데 1위를 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한 홈플러스 매장 24곳의 2024년 1월 식품 매출은 3년 전인 2021년 1월과 비교해 평균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역시 재개장 후 6주 동안 방문 고객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15%, 매출은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특화 전략이 대형마트 매출 개선의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점포 운영비 증가와 지속적인 구조조정 등 해결해야 할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식품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냉장·냉동 설비와 물류 체계 등 추가적인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특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당일 배송 시스템이나 전문 인력 운영은 운영비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식품 특화 매장을 구축하려면 기존 점포의 리뉴얼 공사와 새로운 인테리어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늘려 단기간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일부 대형마트 점포는 노후화됐거나 지역 상권의 변화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진 상태다. 이러한 매장은 점포 재장만으로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어 점포 정리 및 운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