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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쇼크, 그 후] 가뜩이나 높은 환율 더 급등하나, 산업계 외환시장 불안전성에 비상

신재희 기자, 허원석 기자, 김호현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4-12-04 16: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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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쇼크, 그 후] 가뜩이나 높은 환율 더 급등하나, 산업계 외환시장 불안전성에 비상
▲ 계엄 사태 이후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연초부터 지속 상승한 원/달러환율로 국내 산업계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에 주요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에 따라 환율 불안 등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국내 산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기업들 원자재 구매와 해외 투자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들의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날 벌어진 계엄 쇼크 여파로 변동성이 높아진 외환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달러당 1442원까지 뛰었다가 오전 1410원 대로 내려왔다.

연초 1달러당 1304.8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연중 내내 상승, 계엄 사태 이전 1402.9원에 달했다.

주요 기업들로서는 이미 높아진 환율로 인한 부담이 컸는데, 예기치 않은 악재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수출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단기 실적개선 효과를 누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높아진 환율 변동성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원자재값 상승, 투자 결정 등 주요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하는 산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구매비용이 늘어나고,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 중인 기업들은 투자비용이 늘거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엄 쇼크, 그 후] 가뜩이나 높은 환율 더 급등하나, 산업계 외환시장 불안전성에 비상
▲ ‘계엄 쇼크’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업계는 순이익 증가라는 긍정적 영향과 함께 원가부담 증가라는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반도체 수출 ‘호재’에도 북미 투자비 부담 ‘우려’, 스마트폰·가전은 원가부담 ‘급증’

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쇼크’ 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반도체·가전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순이익 증가 등 긍정적 영향을 받지만, 달러 부채 상승과 미국 내 투자비용 증가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수출 비중이 87% 정도로 높고, 거래가 주로 달러로 이뤄져 원/달러 환율 상승은 환차익 등 실적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환율이 1% 상승했을 때 매출이 9천억 원 가량 늘어나고, 비용은 약 3천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면 회사의 법인세비용차감전 순이익은 4187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다르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증가하면 법인세비용차감전 순이익이 오히려 3321억 원 줄었다. 

지난해 기준 달러 자산보다 달러 부채가 많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말 기준 달러 자산은 177억 달러(약 22조8300억 원), 달러 부채는 219억 달러(약 28조2400억 원)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어 환율 상승은 인건비, 원자재 가격 등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온쇼어링(자국 내 생산) 기조에 맞춰 각각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대규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4조 원)를 투자했고,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 달러(약 5조4700억 원) 투자계획을 앞서 밝혔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미국 내 생산 압박이 커져 환율 상승이 실적에 악영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가전업계는 수입 부품원가 비중이 높아 비용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부품원가가 올라 이미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MX사업부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5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천억 원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특정 통화 가치 변동에 대비해 여러 통화를 사용하며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엄 쇼크, 그 후] 가뜩이나 높은 환율 더 급등하나, 산업계 외환시장 불안전성에 비상
▲ 계엄 사태 후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환차익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과이에 경영악화에 빠진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원자재값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자동차·조선 고환율에 ‘미소’, 업황악화 철강·석유화학은 원자재값 상승에 ‘비명’

수출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자동차·조선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수록 이익이 늘어나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경영위기에 몰리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원/달러 환율이 3.7% 상승한데 따라 각각 7870억 원, 3500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사상 첫 판매 2위에 오른 뒤 올해 들어 2분까지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제너럴모터스(GM)에 밀려나 3위를 기록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으로 실적 부진 늪에 빠진 국내 철강 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커다란 경영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원재료 구입 비용이 늘 수 밖에 없다. 철강산업은 원자재값 상승을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시차가 길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4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7.5% 급감했다.

포스코는 철강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해외 원재료를 사들이는 '내추럴 해지'를 기본 정책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랜 철강 업력을 바탕으로 '내추럴 해지' 등 환율 변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는 조선 업계는 통상 환율 상승이 실적 증가 요인이다.

다만 변동성이 높아진 환율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수주와 매출 발생 시차가 가장 길어 환율 하락에 따라 실적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그룹은 이날 오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점검하고, 계열사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후판이나 조선 기자재 등의 주요 원자재 구매비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과 제품 운송비 등으로 환율 변동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석유화학·정유 업계는 안 그래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설비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번 계엄 쇼크로 환율마저 불안해지자 울상을 짓고 있다.

역내 설비과잉으로 석유화학제품의 판가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프타 매입비용 증가로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가 더욱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3일 기준 1톤당 625달러로 연초보다 7.54% 하락했으나, 연초 지속된 환율 상승으로 이를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달러로 결제하는 운송료 부담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완제품을 해상운송 방식으로 수출하는데, 통상 운반비는 판매관리비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쇼크, 그 후] 가뜩이나 높은 환율 더 급등하나, 산업계 외환시장 불안전성에 비상
▲ 대규모 해외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라 투자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공장 전경. <각사> 
◆ 실적 부진 배터리 업계 조 단위 북미 투자부담 가중 ‘노심초사’

배터리 업계는 이번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함에 따라 대규모 해외 설비투자 비용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단독공장 △미시간 합작공장(합작파트너 GM) △오하이오 합작공장(혼다) △조지아 합작공장(현대자동차)을, SK온은 △켄터키 합작공장(포드) △테네시 합작공장(포드) △조지아 합작공장(현대자동차) 등 대대적 북미 투자를 추진 중이다. 삼성SDI도 △인디애나 합작공장(GM, 스텔란티스)에 각각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외화부채 규모를 늘려왔는데, 환율이 오르면 이자비용이 증가해 이익이 감소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표시 부채는 6조8283억 원으로 원/달러 환율 10% 상승 시 세전이익 감소폭은 2389억 원에 이른다. 

SK온은 달러 표시 부채가 3조4379억 원으로 환율 5% 변동 시 세전이익 감소폭은 177억 원이다. 삼성SDI의 경우 해당 사항을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성장둔화(캐즘) 여파로 올해 실적이 뒷걸음질친 배터리 기업들은 내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해외투자를 일단락하고 본격적인 현금흐름의 개선을 기대했지만, 환율 변동성 심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됨에 따라 경영 상황이 악화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외환시장 변동은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외화파생상품 계약으로 환위험은 평상시에도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신재희·허원석·김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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