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하는 친환경 정책 철폐에 공화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이제 임기 만료까지 몇 주 안 남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다수당이 될 공화당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 정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보좌진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정책들이 공화당 지역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온 것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정책들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추진해온 안건들이 끝까지 진행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과 환경 규제 도입 절차 등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엘 브레이나드 미국 대통령 경제고문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들(공화당)은 낙수정책 효과에 뒤처져 낙후됐던 지역이 처음으로 확보한 수많은 일자리와 기업 기회들을 훼손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단체 ‘아틀라스 공공정책’에 따르면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처음 도입된 뒤 발표된 신규 청정에너지 제조 투자금 가운데 약 80%가 공화당 지역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으로 놓고 보면 공화당 지역으로 들어간 투자금은 1180억 달러(약 166조 원)에 달한 것에 반해 민주당 지역이 받은 금액은 약 350억 달러(약 49조 원)에 불과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그 외 친환경 정책들을 여전히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캠프 주장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취소하고 정책 자금을 모두 회수하면 그 규모가 약 1조2천억 달러(약 169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수한 금액을 도로와 공장 등 필요한 인프라 건설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과 어느 지역이 혜택이 받을지는 발표한 바가 없다.
이에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미 소속 지역구가 받고 수혜를 입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노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조지아주는 공식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축소되면 지역 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조지아주는 올해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이었다.
베스 캠프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법 상당 부분을 폐지하려는 당선인의 계획이 해롭다”며 “그로 인해 조지아에 있는 공장들이 텅텅 비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캠프 의원은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집중적이고 자세히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지원을 회수당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탈리 퀼리안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그것(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효과가 있다는 믿음은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며 “그 증거로 현재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 발언들을 철회하고 폐지를 향한 신념을 꺾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뉴욕타임스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커다란 망치가 아니라 메스가 필요하다”며 폐지보다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퀼리만 실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권의 의지는 바뀌고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혜택이 우리 지역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