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3일 긴급 대통령실 발표를 통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등 유례가 없는 행위를 하고 있으며 민생 치안유지를 위한 주요 예산을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민생 치안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비상계엄은 4일 새벽 1시께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고 새벽 4시28분께 윤 대통령이 계엄해제를 선언하면서 6시간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일에 그친 비상계엄 선포의 여파로 외환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전날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환율 흐름을 되짚어보면 비상계엄 선포(1420원 중반), 국회 폐쇄(1440원 중반), 국회 해제요구안 가결(1410원 후반), 윤석열 대통령 무응답(1430원), 국회 요구 수용 및 비상계엄 해제(1410원 후반) 순서로 움직였다.
야간 거래시간대 장중 최고가는 1446.5원이다. 3일 오후 3시30분 기준 종가 1402.9원과 비교하면 변동폭은 43.6원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넘나들던 가운데 계엄령이라는 큰 파도를 만나 변동성을 더욱 키운 것이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10.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치며 1440원대까지 급등했던 전날 밤과 비교해 안정 추세에 접어들었다.
불안정성이 극대화된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한 당국의 전방위 대응이 역할을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계엄령 선포 뒤 즉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일명 ‘F4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시장안정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그리고 이날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해 각종 시장 안정화 조치를 쏟아냈다.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외화 RP를 포함한 비정례 RP매입으로 시장안정화까지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 (왼쪽부터)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발표한 뒤 '긴급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완전 정상화 시점까지 날마다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금융위원회는 10조 원 규모 증안펀드를 투입해 시장안정을 꾀한다.
최 부총리는 4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뒤 브리핑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불확실성이 신속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총력 대응에도 환율 변동성이 추가 확대될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이날 외환 동향·전망보고서를 내고 “외환당국이 긴급히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발표하는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한국시장 투자심리 악화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경원·임환열 우리은행 연구원도 “장중 외국인 자금 매도세가 본격 확인되면 원/달러 환율 상방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며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약속했지만 최근 비슷한 이슈가 부각됐던 프랑스 사례에 비춰봤을 때 원화에 닥칠 비상계엄 후폭풍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78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더해 정치권이 탄핵소추안을 꺼내 들면서 해당 이슈가 마무리 될 때까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사례로 보면 탄핵안 표결을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6개 야당은 이날 2시40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황상 향후 탄핵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국정 불안 요인까지 잔존해 외환·채권·주식의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며 “연말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