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한 지인은 현재 상황을 한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 4대 금융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사는 인사 시즌 관의 눈치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전임 회장의 부당 대출이 잘못된 일은 맞으나 이를 수습해야 할 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리더십이 외풍에 흔들린 게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2년 전 딱 이맘때도 회장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고 결국 새로운 회장이 취임해 지금의 체제를 맞았다.
지인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몇 년 사이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면서 조직 내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회의주의와 보신주의가 더욱 만연해졌다고 한다.
금융권 고위직 인사가 외풍에 흔들리는 것은 우리금융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인사철만 되면 관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이른바 윗선이 경영사안 전반에 관여하는 관치금융이 인사에 국한된 문제도 아닐 것이다.
최근 한 국책은행은 애초 계획에 없던 보험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국감에서 보험사 인수를 검토해보라는 국회의원에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여의도 시중은행 한 지점에서 30분 이상 기다린 국회의원이 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고 이에 지주 회장이 점심시간 특별 조치를 내놨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개입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을 때 이뤄진다.
금융업 전반을 규제하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관과 국회가 이런저런 사안에 개입하는 것인데 분명 과거 효과를 본 경험에 기인할 테다.
금융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관이나 국회가 주요 사업에 개입하는 것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가계부채와 건전성 관리가 대표적이다.
규제가 없다면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금융사의 건전성이 무너져 경제 전반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능숙한 관치냐 서툰 관치냐의 차이만 있을 뿐 자율에 맡겨 놓았을 때 시장 실패가 예상되는 곳에는 관의 개입이 정당성을 지닌다.
문제는 시장이나 금융사 자율에 맡겨도 될 부분에 무리하게 개입할 때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인사 개입, 인수합병과 관련한 개입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대부분 ‘대의명분’의 탈을 쓰고 교묘하게 이뤄져 부당한 입김인지 정당한 개입인지 구별이 어려울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부당한 입김과 정당한 개입을 판단하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조직원의 사기도 하나의 기준일 수 있다.
관치가 내세우는 대의명분은 결국 국가경제나 금융산업 발전 혹은 개별 금융사의 경쟁력 강화일 것이다.
금융산업이나 개별 금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조직원의 업무 의욕을 낮추고 사기를 지속해서 떨어트리는 방향이라면 바람직한 관치는 아닐 것이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부장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