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아마존·LG·현대차 엔비디아 대항마 '텐스토렌트' 키운다, 삼성전자 AI 메모리 공급 확대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12-03 13:20:57
확대축소
공유하기
▲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월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삼성 AI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항마’로 불리는 캐나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지분을 투자하며, 차기 AI용 메모리 시장 확대에 대비한다.
텐스토렌트는 차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웜홀'을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7년 2나노 공정까지 삼성전자와 TSMC와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또 웜홀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이 아닌 GDDR 메모리를 채택하고, 이를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와 굳건한 동맹으로 AI 붐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텐스토렌트와 협력으로 새로운 AI용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각) 한국 AFW 파트너스와 삼성증권이 주도한 7억 달러(약 9천800억원) 규모의 최근 시리즈D 라운드에서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LG전자, 현대차그룹 등이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현재 텐스토렌트 기업가치가 26억 달러(약 3조65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텐스토렌트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반도체 설계의 전설적 인물로 평가되는 짐 켈러가 이끌고 있다. AI 반도체 ‘호퍼’, ‘블랙웰’ 등으로 AI 붐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맞설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 산업의 추세를 반영하는데, 특정 요구 사항에 맞는 대안을 제공함으로서 엔비디아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다”며 “텐스토렌트는 1억5천만 달러의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확보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이 적극적으로 텐스토렌트 ‘키우기’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텐스토렌트의 사업 협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AI칩용 메모리 부문에서 강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텐스토렌트가 만든 인공지능(AI) 반도체 '웜홀'. <텐스토렌트 홈페이지>
텐스토렌트는 2년에 한 번씩 자사 AI 반도체 ‘웜홀’을 제작한다. 지난 7월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한 첫 번째 웜홀은 미국 파운드리 회사 글로벌파운드리에서 제작됐다. 다음 세대 웜홀은 삼성전자와 TSMC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다. 이어 2027년에는 2나노 공정을 위한 반도체 설계도 진행하고 있다.
텐스토렌트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삼성전자와 TSMC가 2027년 2나노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며 “텐스토렌트는 2나노 활용을 위해 삼성전자, TSMC, 일본의 라피더스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고객사를 대부분 TSMC에 빼앗기며 2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엔비디아 AI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AI 반도체 제작을 위해 HBM을 사용하지 않고 GDDR 그래픽 D램을 채택하고 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HBM을 사용하면 엔비디아를 이길 수 없다”며 “HBM이 제품과 소켓에 내장된 방식으로는 결코 가격을 낮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GDDR6 메모리를 사용한 텐스토렌트의 ‘웜홀 n300’ 가격은 1399달러(약 196만 원)로, 4만 달러(약 5600만 원)로 알려진 엔비디아 H100의 25분의1 수준이다. 엔비디아 차세대 ‘블랙웰’은 추가로 가격이 20%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HBM 가격 역시 폭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HBM 가격은 8~1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엔비디아 AI 반도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거대 자금력을 갖춘 빅테크 기업 외에는 구매할 수 없게 되자, 짐 켈러는 가성비가 뛰어난 GDDR D램을 채택한 AI 반도체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삼성전자의 GDDR7 그래픽 D램 메모리 반도체.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인증이 계속 늦어지며, 세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크게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엔비디아에 HBM 제품 공급을 시작하는 것 외에 AI용 GDDR D램 공급량을 늘려 차세대 D램 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2월 ‘반도체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42.5Gbps 역대 최고 처리속도의 GDDR7 기술을 공개한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공개한 32Gbps 속도의 GDDR7보다 32% 더 빠르다.
삼성전자의 GDDR7은 텐스토렌트의 차기 웜홀 제품에 탑재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