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2-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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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향후 해외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서로에 대한 비방전을 자제하고 협력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를 둘러싼 양사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중공업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한화오션 김동관 부회장이 최근 사전 교감하며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둘러싼 경찰 고발을 취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해외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업계 협력을 강조했지만, 국내에서는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놓고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업계 시선은 현재 진행 중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산업체 지정’ 결과 발표에 모이고 있다. 두 회사 중 한 곳이 지정돼 약 8조 원 규모의 KDDX 사업을 수의 계약 형태로 독실될지, 아니면 두 곳 모두 지정돼 경쟁 입찰을 벌일 것인지 주목된다.
1일 방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산업체 지정을 위한 현장실사 준비를 마치고, 조만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산업부가 방산업체로 지정한 기업과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계약을 내년 상반기 중 체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방산업체를 단수 지정 시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하지만, 복수 지정 시 방사청이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최근 양사는 경찰고발을 철회하고 해외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화해무드에 들어갔다. 동년배 절친 관계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사전 교감을 통해 비방전을 자제하자는 데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국책사업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표면적으로 ‘신사협정’을 맺은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 고발 철회가 이뤄진 지난달 22일 HD현대중공업은 자신들이 적법한 기본설계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청 철회 시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가져갈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KDDX 사업에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한화오션도 포기하지 않고 KDDX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회사는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로 보안 감점을 받았기 때문에 경쟁입찰에서 자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향후 KDDX 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후속함 건조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두 회사가 이번 사업자 선정을 놓고 공을 들이는 이유다.
KDDX 사업은 신형 구축함 6척을 2030년까지 도입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7조8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양사의 특수선 사업부문 매출은 HD현대중공업이 8335억 원, 한화오션이 6672억 원이다.
▲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과 관련해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최근 돌입했다. 지정 결과는 내년 초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정기선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최근 잇달아 해외로 나가 자사 군함 관련 기술력을 알리고, 각국 정부 관계자들을 한국 조선소에 초대해 특수선 사업현장을 소개하는 등 특수선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조 원 규모 호주 호위함 건조 프로젝트에서 두 회사는 고배를 마셨다. 수주 경쟁 과정에서 도가 지나치게 두 회사 간 비방전이 벌어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이 최근 서로 경찰고발을 취하하고 비방을 자제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래도 두 업체보다는 단일팀으로 가는게 정부 차원 지원에도 좋고, 수주 성공에 집중할 수 있다”며 “원팀을 구성해 수주하면 건조는 같이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만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해외 해양 방산 프로젝트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2026년, 70조 원)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2025년, 3조5천억 원) 등이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는) 납기와 중국 견제를 위한 태평양 지역 운용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