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도카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일본증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에게는 익숙한 종목이다.
▲ '덕질 투자'의 결과 일학개미들이 예상치 못한 큰 수확을 거두게 됐다. 사진은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카도카와 본사. <위키백과> |
카도카와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게임 등 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인데 일학개미들의 상위 보유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카도카와 주가가 최근 크게 오르면서 일학개미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학개미들은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와 종목을 선별하는 기준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평가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투자한 꾸준함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개별 종목은 카도카와다.
카도카와는 19일 코나미를 제치고 국내 일학개미 주식 보관금액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일학개미의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도카와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기업으로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일학개미 대장주에 올랐다.
카도카와는 19일 소니그룹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사업 강화를 위해 카도카와 인수 협상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가 19일(22.99%), 20일(16.05%) 급등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이후 21일에는 5.02% 하락마감했지만 22일(3.95%)과 25일(4.06%) 다시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소니그룹의 인수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일학개미들의 순매수 결제금액 상위 50개 종목에 카도카와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주가급등으로 인한 일학개미들의 추격매수는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순전히 주가 상승만으로 보관금액 1위에 올랐다는 것인데 기존에 카도카와에 투자했던 일학개미들은 약 5거래일 만에 50%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일본 증권가에서도 인수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오카자키 유 연구원은 “인수설이 사실이라면 소니그룹이 2027년 3월을 기한으로 내건 목표인 애니메이션 사업의 글로벌화 등에 걸맞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도카와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지만 국내 일학개미에게는 평소에도 익숙한 종목으로 평가된다.
카도카와는 주가 급등 전인 18일 기준으로도 일학개미 보유 종목 3위에 머물면서 코나미와 일본제철에 이어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일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서학개미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미국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1위 테슬라, 2위 엔비디아, 3위 애플, 4위 마이크로소프트, 6위 알파벳, 8위 아마존, 11위 메타 순으로 집계됐다.
위 7개 종목은 현재 미국증시 시가총액 상위 7개 자리에 포진한 주도주들로 소위 ‘M7’이라 불린다. 국내투자자들은 미국증시에서 대체로 시총 주도주들을 따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학개미들의 경우 일본증시 시총 상위 주도주들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일본증시에서 시총 상위 5개 종목은 토요타, 미쓰비시UFJ파이낸셜, 소니, 히타치, 키엔스다.
그러나 22일을 기준으로 ETF를 제외하고 일학개미들의 보관금액 상위 50위 종목 가운데 소니가 13위, 토요타가 14위, 미쓰비시UFJ파이낸셜 21위, 히타치 34위, 키엔스 41위로 집계됐다.
▲ 카도카와의 주가 급등 결과 코나미와 일본제철을 제치고 일학개미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사진은 도쿄 증권거래소. |
보관금액 상위 10위 종목은 그 대신 카도카와, 코나미, 넥슨, 반다이남코, 세가, 닌텐도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종목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게임,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등의 관련주로 소위 일본문화 ‘덕질’과 관련된 종목들이라는 것이다.
덕질이란 ‘덕후(무언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서 파생된 용어로 주로 일본문화에 심취한 이들을 일컬을 때 쓰인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2일 보관금액 기준 국내투자자들이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증시는 미국(1050억 달러)으로 그 뒤를 일본(42억 달러), 홍콩(18억 달러) 등이 잇는다.
국내투자자들에게 미국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해외증시가 일본인 셈인데 일학개미는 지난해 일본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다만 일본증시는 미국과 달리 시총 대형주들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편이 아닌 만큼 기왕 일본증시에 발을 들인 일학개미들은 자신들에게 낯익은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식투자를 할 땐 국내는 물론 해외라면 더더욱 자신이 익숙한 종목을 찾기 마련이다”며 “일학개미들의 종목 보유 순위엔 이같은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