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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열 농심 글로벌 라면사업 선봉에, ‘신라면’ 변주해 ‘1위 기업’ 되찾기 나서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4-11-26 14: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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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열 농심 글로벌 라면사업 선봉에, ‘신라면’ 변주해 ‘1위 기업’ 되찾기 나서
▲ 농심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신상열 상무가 농심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글로벌 영역 확대'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원 농심 회장(왼쪽)과 신상열 농심 전무.
[비즈니스포스트]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아들인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에게 전무라는 직급을 서둘러 달아준 것은 그만큼 회사의 변화가 절실해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농심은 1980년대 중반부터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를 지켜왔지만 해외에서 소위 '대박을 친' 삼양식품에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넘겨주면서 자존심이 구겨진 상황이다.

신 회장으로서는 해외 사업의 확대를 통해 무너진 위상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그 과제를 해결한 인물로 30대 초반의 신상열 전무를 앞세우며 기민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신 전무는 최근 농심이 힘을 주고 있는 신라면의 '변주 제품'들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해외 영토를 확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농심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신상열 전무가 3년 만에 초고속 승진함에 따라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큰 책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농심은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 30% 중반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특히 해외에서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세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농심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신 회장이 신 전무에게 더 높은 직급을 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어야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30대 초반인 아들을 통해 업계 트렌드를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농심이 그동안 신라면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삼양식품 등 경쟁사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농심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2023년 기준 삼양식품의 매출 가운데 수출과 내수는 각각 7930억 원, 3290억 원이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농심은 전체 매출 3조4100억 원 가운데 내수 2조1591억 원, 해외 1조2515억 원 등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규모로 따지면 여전히 삼양식품에 훨씬 앞서 있지만 삼양식품이 해외 매출 비중을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농심의 글로벌 사업에 위협적인 측면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신 전무가 앞으로 라면업계 1위라는 농심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글로벌 사업에서 좀 더 힘을 줘야 하는 형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신 전무가 맡고 있는 미래사업실이 글로벌 사업과 전적으로 맞닿아 있는 조직은 아니다.

미래사업실은 올해 1월 농심에 만들어진 새 조직으로 인수합병을 비롯한 신사업 발굴을 전담한다. 2025년 이후 농심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과 무관한 조직도 결코 아니라는 것이 농심 관계자의 얘기다. 미래사업을 발굴하는 데 글로벌 사업이 무관하지 않은 만큼 신 전무의 역할이 글로벌 전략 쪽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뜻이다.

신 전무는 우선 농심의 대표 무기인 신라면을 앞세워 주요 해외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적극적 영토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해외 매출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한다.
 
신상열 농심 글로벌 라면사업 선봉에, ‘신라면’ 변주해 ‘1위 기업’ 되찾기 나서
▲ 미국 뉴욕에 위치한 뉴욕한국문화원 청사에서 11월 ‘한강 신라면’ 홍보행사가 개최됐다. 사진은 미국 현지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먹는 모습. <농심>

농심은 최근 신라면에 변주를 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9월 선보인 신라면의 새로운 라인업 ‘신라면툼바’는 출시 두 달 만에 11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유럽·중동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농심은 신라면툼바를 국내에 출시한 뒤 가장 먼저 미국에 선보였다. 11월부터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했으며 주요 거래처 입점을 본격화하며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심이 오랜 기간 미국에서 구축한 인프라는 점유율 확대를 견인하는 핵심 자원이다. 농심의 북미 매출은 2019년 2억5400만 달러, 2020년 3억3500만 달러, 2021년 3억9500만 달러, 2022년 4억9천만 달러, 2023년 5억3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4년 만에 매출만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신상열 전무는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넘어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툼바는 올해 말 대만,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및 중동지역으로 수출될 예정이며 내년 3월에는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태국 셰프 ‘쩨파이’와 협업해 태국 현지에 출시했던 ‘신라면똠얌’의 수출도 확대한다. 11월부터 말레이시아·대만·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독일·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카자흐스찬 등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14개 나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효과적 해외 진출을 위해 거점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농심은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동원 회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수출 실적이 좋아 유럽지역에 판매 법인을 설립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법인인 농심아메리카 산하에 멕시코 지점을 설립하기도 했는데 신상열 전무 체제에서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 지점이 설립됐으며 유럽법인도 신설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시기 및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현지 법인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로의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25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의 직급을 기존 상무에서 전무로 올렸다.

1993년생인 신 전무는 2015년 농심 인턴으로 2년 동안 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2019년 농심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뒤 구매담당 상무와 미래사업실 상무를 맡았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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