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남자농구단과 삼성생명의 여자농구단이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바뀐다. 지난 4월 남자프로축구단 삼성블루윙스의 운영권이 제일기획으로 바뀐 데 이어 삼성의 남녀농구단 소속까지 제일기획으로 변경된 것이다.
삼성그룹은 스포츠마케팅을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지원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이제 스포츠 마케팅 해보겠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의 남자 프로농구단 서울삼성썬더스와 여자 프로농구단 삼성생명블루밍스를 다음달 1일자로 인수한다고 14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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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기획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대해 “그동안 스포츠단 운영을 사회공헌 측면에서 진행해왔지만 이제 단순한 운영 이상의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20여 년 동안 삼성그룹의 올림픽 후원 사업을 담당하며 스포츠마케팅 노하우를 쌓아왔다. 한일월드컵 개막식,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경쟁 프레젠테이션, 대구 육상선수권대회의 개회식과 폐회식 등 여러 스포츠 행사를 맡으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제일기획은 14일 “국내 스포츠사업도 선진국처럼 점차 전문적 팬 관리와 마케팅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20년 동안 올림픽 후원사업에서 쌓은 경험으로 수익창출의 계기를 만든다면 구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농구단 운영에 연 100억 원 안팎이 든다고 본다. 이런 부담에도 기업이 스포츠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회공헌적 이유와 기업을 홍보한다는 현실적 이유가 동시에 작용한다.
삼성은 1978년 농구단을 창단할 때 기업홍보 효과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기업이 된 삼성전자가 굳이 농구단을 운영하면서까지 기업을 홍보할 필요가 없어졌다.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중 89%가 해외에서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비용 저효율은 삼성전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며 “기업홍보를 위해서 차라리 외국 유명구단을 후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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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 썬더스 |
◆ 해외구단 지원 계속, 국내구단 지원 줄여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잉글랜드의 명문 축구클럽 ‘첼시’를 후원해 왔다. 선수 유니폼에 삼성 로고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 선수 초상권 활용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말 삼성 브랜드 경영의 성공요인으로 차별적 스포츠 마케팅을 꼽으며 “영국 첼시에 연간 2400만 달러의 광고를 집행하는 것도 성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해외구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과 반대로 국내 남자프로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에 대한 투자는 줄였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운영권을 제일기획에 넘겼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는 “제일기획이 운영을 맡으면서 수익 다변화를 통해 구단 자체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의 광고홍보비에 의존해야 하는만큼 당장은 아니겠지만 결국 예산지원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농구계 한 인사는 “삼성농구단의 투자가 축소될 경우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프로농구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