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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해명에도 ‘유동성 논란’ 잔불 여전, 재무구조 개선 못하면 내년 더 어렵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11-22 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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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 논란과 관련해 시장의 의구심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현금창출력의 후퇴 탓에 재무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지는 만큼 유동성 문제가 앞으로도 반복돼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시선이 일치하고 있다.
 
롯데 해명에도 ‘유동성 논란’ 잔불 여전, 재무구조 개선 못하면 내년 더 어렵다
▲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논란이 완전히 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더딘 속도를 보인다면 내년에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늘어나는 차입금 부담 탓에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악화한 재무구조를 이유로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롯데그룹이 져야 할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증권업계와 신용평가사의 전망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논란의 잔불이 여전히 살아있는 모양새다.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이런 의견이 집중적으로 나온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그룹 주요 계열사는 18일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 재편이나 재무구조 개선 방안, 이행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를 짚으면서 “보유 유동성 규모 등을 감안하면 회사채에 대한 대규모 조기상환 청구가 발생하더라도 자체 자금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소요 규모가 과도할 경우 회사는 보유 유동성을 상당 부분 소진해 추가 자금 확충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원만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 내포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논란이 된 롯데그룹 관련 ‘지라시’의 사실 여부를 놓고 신용평가기관들이 여전히 보수적 관점에서 롯데그룹을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롯데그룹이 공시와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유동성 논란을 발빠르게 진화하기 위해 나섰음에도 시장의 온도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라시 내용이 과장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을 사실이라고 보는 시선도 상당하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분기 말 기준으로 75.4%다. 2020년 말 41.4%에서 약 4년 만에 34%포인트 늘었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150% 이하만 되면 안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유동비율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부채 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재무비율로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구한다.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좋다는 뜻인데 롯데케미칼의 유동비율은 2020년 239.8%에서 3분기 말 110.6%로 급격히 낮아졌다.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는 근본적 이유는 저조한 실적 탓이다.

롯데케미칼이 2022년과 2023년에 낸 영업손실은 누적 1조1103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2022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만 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6600억 원을 내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가 역대 최악의 실적이었던 2022년에 근접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은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도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의 유동비율은 2분기 말 기준으로 49.9%다. 2020년 말보다 21.8%포인트 떨어졌다. 유동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유동자산을 모두 팔아도 유동부채를 갚기 힘들다는 뜻으로 단기적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신용평가기관들은 각 기업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유동비율을 중요 항목으로 살펴본다.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비율은 통상 150% 이상이어야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롯데그룹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 각 계열사에 들어오는 재무구조의 적신호를 단기간에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년에 더 큰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 해명에도 ‘유동성 논란’ 잔불 여전, 재무구조 개선 못하면 내년 더 어렵다
▲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계열사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는 이미 6월 말 실시된 주요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전망에서 ‘부정적’ 판정을 받았다. 당시 재무구조 관리 여부가 신용등급 전망에 중요한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혔는데 이 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내년 신용등급 하락이 가시화할 수 있다.

롯데그룹 여러 계열사는 현재도 이자비용 증가 탓에 어려워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등급까지 낮아진다면 회사채 발행 등에서 기존보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런 위기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롯데그룹은 현재 렌터카 사업을 하는 롯데렌탈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투자금융기관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롯데렌탈의 가치는 최대 1조 원 중반대다. 2015년 인수할 때 1조200억 원가량에 매입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세 차익이 적지 않은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남는게 없는 장사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롯데렌탈을 사들이면서 지불한 인수합병 관련 비용과 차입금 관련 이자비용을 지출한 것을 따지면 인수 자체만으로 사실상 이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롯데그룹이 내부적으로도 유동성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서둘러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상당한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소문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3년 전에도 유동성 위기를 지적하는 지라시가 시장에 돌았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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