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군 주민들이 11일 한국전력공사의 '신장성-신정읍 345kV 송전선로 건설' 사업설명회가 예정된 전북 고창군 청소년수련관 앞에서 송전선로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전기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회에서 전력망 특별법 제정이 가시화하면서 한전은 송전선 공사를 지연시키는 가장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인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발걸음이 바빠 보인다.
19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전력망 특별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력망 특별법안을 안건으로 다룬다. 아울러 산자위는 21일과 26일에 법안소위를 열고 전력망 특별법 등 주요 법안을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김원이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전력망 특별법안은 26일 열리는 산자위 법안 소위에서 논의될 것”이라면서 “아직 상임위 소위원회 단계인 만큼 앞으로의 일정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비공개 실무회담을 통해 전력망 특별법안을 포함해 6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력망 특별법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 사이의 이견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안 10건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성원 의원, 이인선 의원, 김석기 의원이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특별법안을 발의한 의원을 살펴보면 김한규 의원, 김정호 의원, 정진욱 의원, 이상식 의원, 김원이 의원, 추미애 의원, 이언주 의원 등이었다.
10건의 특별법안을 살펴보면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첨단산업 발전 등을 위해 전력망의 적기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에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설치하고 인허가 등 제도 개선, 차별화된 보상 및 지원 제도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여야 의원의 대표발의를 가리지 않고 담겼다.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실무회담을 진행한 뒤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제22대 국회가 시작된 2024년 6월부터 5개월 동안 산자위에서 법안소위가 열린 것이 8월19일과 8월20일 단 두 번이라는 점을 들어 전력망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21대 국회에서도 전력망특별법안의 처리에 여야 지도부가 합의했으나 끝내 구체적 내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임기 만료 때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다만 최근 산자위는 원자력발전소, 반도체 등의 핵심 사업 예산 원안을 거의 유지하는 등 여야 협치의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더해 전력망 특별법 제정에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신속한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지역 주민지원 확대 내용이 담긴 전력망 특별법 제정에 발맞춰 자체적으로도 송전망 갈등을 빠르게 매듭지으면 추가 보상을 지급하고 송전선이 지나가는 토지 보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국회의 움직임에 따라 송전망 갈등을 빠르게 매듭지은 사업지를 대상으로 조기협의 장려금을 감정가액의 최대 50%까지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송전선로가 토지를 지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토지소유자에게 보상하는 송전선 경과토지(선하지) 보상 범위에 전압을 새롭게 조건으로 추가해 송전선 규모에 따라 보상도 키우기로 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지상 공간은 송전선로의 가장 바깥 전선에서 수평 3m를 보상한다. 한전은 기존의 3m 보상 범위 외에도 154kV(킬로볼트)에는 1.8m, 345kV에는 4.65m를 추가로 보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여야 합의 아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전력망 특별법안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는 등 주민 지원 확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근 한전은 전력망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전이 11일 전북 고창군에서 개최한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 사업설명회는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결의대회에 나서며 30분 만에 파행됐다. 이 사업은 전북 서남권과 전남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마련됐다.
고창군의회는 9월24일에도 한전이 추진하는 신장성-신정읍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강력히 반대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전북 무주군에서도 군의회가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설치 반대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주군 시민사회단체도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주민들의 반대 여론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이 공급되는 지역인 수도권에서도 동서울변전소 증설 작업을 둘러싸고 주민과 지자체의 반대가 심각하다.
한전은 경기 하남시 동서울변전소의 외부로 노출된 기존 전력 설비들을 신축 건물 안으로 이전하고 소음 및 주변 환경을 개선한 뒤 유휴부지에 직류 송전 방식을 도입하는 설비증설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하남시가 전자파 우려, 주민 수용성 결여 등의 사유로 갑작스럽게 불허가를 통보하게 되면서 사업지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한전은 행정심판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불허가 통보의 행정심판은 애초 이번 달 4일 심리가 예정됐으나 하남시의 요청에 따라 12월16일로 심리기일이 연기됐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