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협이 꾸준한 드라마 제작지원(PPL)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따-뜻한 금융, 신협.’
낯선 광고 문구다. '따'와 '뜻' 사이 요즘은 보기 힘은 붙임표(-) 이른바 하이픈이 들어가서 일테다. 왠지 '따아뜻한'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문구, tvN 인기 드라마 '정년이' 팬이라면 눈에 익을 수도 있다. 저 문구 그대로 드라마에 2번이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드라마나 영화 제작 지원을 통해 홍보활동을 벌이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협은 작품 선택은 물론 드라마 속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노출 방식을 통해 '신협 알리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7일 tvN에 따르면 방송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년이’의 마지막 회차가 이날 방송된다.
종영을 앞둔 정년이는 닐슨코리아의 주간(11월4일~11월10일) 케이블 시청률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 천재 ‘정년이’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런데 정년이 시청자라면 알게 모르게 드라마 속 곳곳에서 신협을 만났다. 회차가 끝날 때 나타나는 제작지원 자막은 물론이고 스토리 안에도 신협이 등장한다.
▲ tvN 드라마 ‘정년이’ 속 한 장면에 신협 간접광고가 보인다. <정년이 방송 화면 갈무리> |
6화에서 주인공 정년이가 타는 버스 외부광고에는 ‘희망을 그리는 따-뜻한 금융, 신협’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9화 속 정년이가 달려가는 거리 뒤 현수막에서도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국극 공연을 준비하는 대기실을 잘 살펴보면 신협 달력이 걸려있다. 신협의 간접광고이면서 드라마 속 국극단의 거래금융사가 신협은 아닐지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정년이 제작지원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신협의 초창기 모습과 금융 소외계층 및 소상공인을 지원했던 역할을 알리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와 협업해 신협이 국민의 삶에 기여한 바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신협은 올해 9월28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에서도 소상공인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을 돕는 역할을 맡아 신협의 기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다리미 패밀리는 ‘청렴세탁소’를 운영하는 다림이네 가족이 옷 대신 돈을 다림질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드라마다.
드라마 속에서 신협은 다림이네 가족이 거래하는 소상공인 지원 금융기관으로 등장인물들이 금융거래를 하는 장면에서 배경으로 등장한다. 첫 화부터 신협을 발견할 수 있다.
다리미 패밀리 역시 닐슨코리아의 주간(11월4일~11월10일) 지상파 시청률 15.9%를 기록하며 순위 1위에 올랐다.
▲ KBS2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한 장면에서 주인공 '다림'이가 신협을 방문했다. <다리미 패밀리 방송 화면 갈무리> |
금융권에서 투자이익이나 광고효과를 위해 문화콘텐츠업계와 손을 잡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IBK기업은행은 영화 ‘기생충’, ‘극한직업’, ‘신과 함께’, ‘명량’ 등에 투자해 영화계 큰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명량’에는 KDB산업은행 역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업은행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제작지원했다. 주인공 ‘천송이’가 기업은행에 방문하는 장면으로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신협의 드라마 제작지원은 다양한 작품을 대상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시작은 2016년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다. 당시 신협은 웹드라마를 직접 제작해 인터넷으로 방송해왔는데 여기서 드라마 간접광고(PPL)로 홍보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이후 ‘황금빛 내 인생’, ‘화유기’, ‘아는 와이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 ‘사랑의 이해’,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굵직한 드라마 제작지원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신협이 드라마 홍보를 시도한 뒤로 지금까지 이어오는 이유로는 우선 ‘신협 알리기’라는 목적과 자연스러운 노출이 가능한 드라마 콘텐츠의 조합이 꼽힌다.
신협 관계자는 “광고 채널을 다각화하려는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드라마 제작지원을 통한 광고 방식도 이런 과정에서 접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협 브랜드를 노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제작지원한 정년이는 시대극이다 보니 신협의 초창기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가 2030세대와 접점을 형성하기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도 신협통계에 따르면 전국 조합원 가운데 30대 이하 비율은 20%다. 50대가 24.2%로 가장 많고 60대 21.7%, 40대 19.1%, 70세 초과 세대 15.1%가 뒤를 잇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고객이 계속 유입돼야 하는 신협에게 2030세대 조합원 확대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요한 과제다.
이런 관점에서 드라마를 통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2030세대 공략에도 효과적일 수 있는 셈이다.
▲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신협의 캐릭터 '어부바' 인형이 등장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방송 화면 갈무리> |
신협은 드라마 제작지원을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도 가지고 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신협의 캐릭터인 ‘어부바’ 인형이 등장했다. 특히 시즌2에서는 배우 유연석씨가 연기한 인물 안정원이 신협에 방문해 어부바 인형을 받은 뒤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후 신협 콜센터로 어부바 인형 구입 문의가 이어지는 등 어부바 인형과 함께 신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