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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자" 발언에 갈라진 COP29, 정치적 대립에 기후총회 파탄일로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1-15 13: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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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자" 발언에 갈라진 COP29, 정치적 대립에 기후총회 파탄일로
▲ 13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발언하고 있는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엔(UN) 기후총회 주최국이 서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비판 발언을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비판 대상이 된 서방 국가들은 주최국 자격뿐 아니라 기후총회까지 문제 삼으며 대립이 심화되고 있어 기후재원 마련이 사실상 힘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14일(현지시각) 폴리티코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그네스 파니에 루나셰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참석을 취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정부 고위직 전원이 이번 행사를 보이콧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가 이같은 방침을 내놓은 이유는 이날 COP29 주최국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가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국가들을 '신식민주의자'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군소도서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에서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해외자치령 도서국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이라며 "그럼에도 지배국들은 이 나라들을 여전히 식민지처럼 취급하며 환경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을 옹호하는 유럽의회와 이사회는 정치부패의 상징이 됐다"며 "그들은 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을 방조했고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월 태평양 해외자치령 누벨칼레도니에서 일어난 독립 시위를 진압했다.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 13명이 나와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었다.

이에 루나셰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알리예프 대통령 발언은 아제르바이잔이 COP29 주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아제르바이잔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자국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비판 대상에 함께 올랐던 네덜란드와 유럽연합(EU)도 프랑스 편을 들고 나섰다.

네덜란드 외교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네덜란드가 도서국가들을 지배하는 것은 국민투표와 섬 주민들과 협의를 거친 결과"라며 "우리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군소도서국가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왔다"고 강조했다.

붑커 훅스트라 유럽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프랑스는 기후행동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양측의 분쟁이 어떻게 됐든 COP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기후 행동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민주의자" 발언에 갈라진 COP29, 정치적 대립에 기후총회 파탄일로
▲ 아그네스 파니에 루나셰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 <연합뉴스>
이 같은 비판에도 알리예프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안타깝게도 서방 국가들은 다른 나라들에 이중잣대를 들이밀며 그들에 참견하는 습관과 정치적 위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방식은 그들의 비영리단체부터 뉴스매체까지 퍼진 일종의 작전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알리예프 대통령이 이처럼 반응하는 이유가 그동안 프랑스가 아제르바이잔과 분쟁 관계에 있는 아르메니아를 후원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영유권을 놓고 전면전을 개시했으며 지난해 9월에도 무력 충돌을 벌였다.

이번 논란의 원인이 된 도서국가들은 알리예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파올렐레이 루테루 군서도서국가연합(AOSIS) 의장은 "(알리예프 대통령 발언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지도자들이 우리가 가장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문제를 언급해줄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이고 자결권 문제는 군서도서국들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에 전문가들은 올해 UN 기후총회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COP29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과 기후단체 인원은 지난해 COP28과 비교해 25%가량 줄었다. 특히 13일(현지시각)에는 아르헨티나가 앞서 국내 문제로 COP29에서 대표단을 철수시키기로 하면서 다자간 논의에서 빠지게 됐다.

루스 타운센드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챈텀하우스’ 선임 연구 펠로우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이미 COP29는 G7 국가 지도자들 부재나 참여 인원 감소로 기후금융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 좋지 못한 위치에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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