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전방 시장의 성장 둔화와 중국산 저가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동박업계가 AI 가속기용 동박 신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산업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AI 가속기용 동박이 국내 동박 업계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낟.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는 내년 1분기 엔비디아로의 AI 가속기용 동박 납품을 앞두고 있다. <각 사> |
14일 국내 동박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북미 시장에 국내 동박 기업의 AI 가속기용 동박 공급이 시작된다.
AI 가속기는 인공지능 신경망, 딥러닝, 머신러닝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로 AI 핵심의 핵심 부품이다.
AI 가속기용 동박은 동박적층판(CCL)의 부품이다. 동박 기업들은 동박적층판 기업을 통해 최종 AI 가속기 제조사에 동박을 공급하는 구조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들어갈 동박을 내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AI 가속기용 동박 제품을 유럽 법인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는 2014년 룩셈부르크의 동박 제조사 ‘서킷포일’을 인수, 이곳을 하이엔드 동박 연구개발과 생산 거점으로 만들었다.
회사는 두산의 전자비즈니스그룹(BG)가 제조해 납품하는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의 부품인 ‘HVLP(Hyper-Very Low Profile) 동박’에 대해 지난 7월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받으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가 공급하는 동박은 엔비디아가 곧 양산할 AI 가속기 제품군 블랙웰’ 시리즈 ‘B100’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업계에 따르면 고객사인 두산 전자BG가 올해 블랙웰용 동박적층판의 단일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엔비디아는 기존 플래그십 등급 AI 가속기 그레이스 호퍼의 성능을 개선한 블랙웰 시리즈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며, 블랙웰의 후속작 루빈은 2026년 출시할 예정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AI 가속기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동박적층판의 성능개선을 목표로 두산 전자BG와 협력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기술력을 앞세워 AI 가속기용 동박 시장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내년 1분기부터 국내 동박적층판 기업을 통해 엔비디아에 ‘HVLP4’ 동박 납품을 시작한다.
HVLP는 고속신호전송효율에 따라 AI 가속기용 동박을 구분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HVLP 1~3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HVLP5·6 제품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전자 업계에 따르면 회사 HVLP4는 익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HVLP4는 엔비디아 B100의 후속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는 동박적층판(CCL) 시장규모가 2032년까지 연평균 5.93% 성장해 291억8천만 달러(약 4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동박 기업들이 AI 가속기 동박으로 눈을 돌린 것은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둔화 장기화와 중국 동박 기업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동박 사업에 뛰어든 국내 동박 제조사들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올해 3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 SKC의 동박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는 현재까지도 AI 가속기용 동박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 SKC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 |
경쟁기업들이 AI 가속기용 동박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는 반면 SK넥실리스(SKC 이차전지소재 부문)는 아직 이 분야에 진출하지 않았다.
SK넥실리스는 디스플레이용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소재를 공급하는 박막 사업을 950억 원에 매각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 원을 확보에 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은 AI와 반도체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올해 6월 말 밝혔다.
SKC 관계자는 향후 AI 가속기용 동박 사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 “그룹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