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11월 29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리츠증권은 앞서 9월 14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2900억 원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이번에 추가 발행하는 29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자본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메리츠증권이 9월 발행한 신종지본증권은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기가 30년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데 메리츠증권은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기간을 통상 5년이 아닌 7년으로 설정했다.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시기는 5년으로 자본 인정비율이 해마다 20%씩 낮아진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콜옵션 행사 시기를 7년으로 설정해 앞으로 2년 동안은 조달한 금액 전액을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메리츠증권은 자회사 메리츠캐피탈 지원 여파로 순자본비율(NCR)이 하락했는데 이를 끌어올려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메리츠증권의 2분기 말 조정 순자본비율은 157.3%로 증권사 평균 253.2%를 밑돈다. 2023년 6월 214.5%와 비교해 57.3%포인트 낮아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조정 순자본비율 지표가 150% 미만이면 개선을 권고한다.
장 사장과 김 부사장이 순자본비율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 영역 확대‘라는 전략 방침에 더욱 힘을 싣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장 사장과 김 부사장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429억 원, 순이익 1753억 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은 50.2%, 순이익은 48.9% 증가했다. 시장의 순이익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으면 깜짝 실적을 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자산 관련 충당금 370억 원을 적립했지만 PF·기업대출 신규 딜 주선으로 기업금융수익이 양호했고 자산운용부문 수익이 우호적 금리환경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4분기 이후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투자자산 감정평가가 집중돼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있지만 특히 기업금융분야에서 우량한 신규 딜을 확보해 실적에 반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서울 종로구 공평지구 PF대출 재융자 1조2천억 원, 부산 해운대 센텀 공동주택 PF대출 1조 원, 서울 강남르메르디앙 호텔 담보보대출 재융자 9500억 원 등 신규 딜을 성사시켰다. 이와 함께 3분기 한양증권 인수합병 관련 1040억 원 등을 주선했다.
4분기에도 마곡 마이스 PF대출 리파이낸싱 1조3천억 원, 폴라리스쉬핑 대출 3400억 원, 롯데케미칼 주가수익스왑(PRS) 유동화 주선 6600억 원 등의 거래를 만들었다.
▲ 메리츠증권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세일즈앤트레이딩과 리테일사업은 장원재 사장, 기업금융과 신용분석사업은 김종민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7월 말 김종민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며 장원재 사장과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했는데 지금까지 성과를 놓고 봤을 때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한 것은 2105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장원재 사장과 김종민 부사장도 전날 실적 콘퍼런스콜에 직접 나와 실적 개선과 건전성 관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장원재 사장은 “채권트레이딩은 상대가치 거래, 차익거래 등 절대수익 추구 전략비중이 커 4분기 금리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견조한 실적을 낼 것이다”며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진전된다면 수익이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민 부사장은 “경쟁력 있는 상품 공급을 통해 자산회전율을 제고해 순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이 예고된 만큼 변동된 제도에 맞춰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재 사장과 김종민 부사장은 호실적과 건전성 강화를 바탕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초대형투자은행 인가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공식화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월 초대형IB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하겠다고 밝힌 뒤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며 내부통제를 강화해 초대형IB 인허가를 위한 변수 통제에 나섰다. 3분기 별도기준 자기자본 6조1090억 원으로 4조 원을 크게 넘고 있어 조건도 이미 충족한 상태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 증권업계 홀로 영업이익 1조 원이 넘는 1조925억 원을 올리면서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올해 영업이익 1조 원 재돌파도 기대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기업금융부문 성장으로 수익원 다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자산운용부문도 수익이 크게 개선되며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며 “기존 강점인 IB부문 역량을 유지하고 리테일 부문을 강화해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