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가 ‘트럼프 호재’를 등에 업고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 점유율 회복에 고삐를 죈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ETF 브랜드를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점유율 확대 등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가 그룹 핵심사업분야인 방위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 상품군을 늘리면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글로벌 방산 수혜가 예상되면서 관련 상품군 확대 등 그룹 시너지 전략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방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수혜를 받을 대표적 산업분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세계 각국의 국방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TF시장에서도 방산 테마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김 대표는 9월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오른 뒤 국내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방산분야 ETF 상품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호적 사업환경을 맞이한 셈이다.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미국 뉴욕증시에 한국 방산기업을 주요 종목으로 담은 ETF 상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첫 상품인 만큼 그룹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 상품을 들고 간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자산운용은 앞서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PLUS Korea Defense Industry Index ETF’에 관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상품은 회사가 한국 증시에 상장한 ‘PLUS K방산’을 벤치마킹해 설계한 것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그룹 계열사를 큰 비중으로 담는다.
김 대표는 취임 뒤 첫 해외출장으로 직접 미국을 찾아 한화자산운용 미주법인과 현지시장 전반을 살피면서 글로벌시장 진출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방산분야 ETF 상품으로 국내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우주방산분야에서 ‘PLUS K방산’과 ‘PLUS 우주항공&UAM’ 등 ETF 상품 2종류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12일 국내 방산기업을 넘어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 방산기업들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방산’ ETF를 신규 상장하며서 방산분야 상품군을 확대했다.
PLUS 글로벌방산 ETF는 방산분야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 집중투자하는 상품이다. 록히드마틴, RTX 등 미국 대표 방산기업 5종목과 BAE시스템즈, 라인메탈 등 유럽 대표 방산기업 5종목 등 모두 10종목에 동일가중 방식으로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방산TOP10’, 우리자산운용의 ‘WON 미국우주항공방산’ 등 미국 방산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ETF 상품은 있지만 유럽 방산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은 상품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방산이 처음이다.
▲ 한화자산운용이 12일 미국과 유럽 방산기업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방산' ETF를 국내 시장에 상장했다. <한화자산운용>
국내 ETF시장에 상장된 방산 테마 상품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높게 점쳐지면서부터 수익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13.15%)을 비롯한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한국과 미국 우주방산기업 투자 상품들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0% 중반에서 높게는 20%대를 보였다.
본격적 트럼프 행정부 시대는 2025년 시작되는 만큼 앞으로 방산 ETF 수급과 수익률은 더욱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2.0시대에 접어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들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부담과 장기화 전망, 방위비 재배분 가능성, 세계 주요국 중심의 국방비 증가 추세는 쉽게 변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도 ETF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방산 ETF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025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외 한국 방산 ETF는 상장 전후로 우호적 수급 흐름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9월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올랐다.
한화자산운용이 앞서 7월 ETF 브랜드를 15년 만에 ‘아리랑(ARIRANG)’에서 그룹 공동 금융브랜드 ‘라이프플러스(LIFEPLUS)’에서 따온 ‘플러스(PLUS)’로 바꾸고 기술방산 특화 경쟁력을 승부수로 내건 직후다.
김 대표는 한화자산운용의 ETF사업 변곡기에 수장에 오르면서 자산운용업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ETF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한화자산운용은 11일 기준 국내 ETF시장 점유율이 1.95%로 2% 아래로 내려갔다. ETF 브랜드 교체 전인 올해 6월 말(2.28%)과 비교해 점유율이 0.33%포인트 빠졌다. 업계 순위도 키움투자자산운용에 6위를 내주면서 7위로 떨어졌다.
오너 일가의 지원은 김 대표의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사장과 함께 한화자산운용을 찾아 김 대표와 임직원을 만나 격려했다.
김 회장은 “한화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글로벌 운용사로 도약하고 있다”며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한 한화 가족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나아갈 때 우리 앞에 놓인 기회가 눈부신 미래가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70년생으로 면목고,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그 뒤 미국 하버드대 부동산 석사, 미시간대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화생명 전략투자사업부에서 대체투자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2012년 한국투자공사(KIC)로 자리를 옮겨 대체투자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지냈다. 올해 8월 한화자산운용 경영총괄로 영입된 뒤 9월11일 공식 취임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방산분야를 핵심사업으로 하는 만큼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의 방산 ETF 상품은 시장 인지도와 신뢰성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전략 상품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에게 ETF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