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철학인 '먹사니즘'에 따라 주요 정책에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중도층으로의 외연을 넓히고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도 다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지금까지 민주당 당론과 다른 '보수적'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우선 한국경영자총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재계의 요구 사항인 기업 대상 배임죄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 과세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일이 꼽힌다.
특히 기업 대상 배임죄 폐지는 민주당의 상법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급부로 재계에서 요구하는 사안이다. 현재 배임죄는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판사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민주당 당론대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일반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임죄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와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따로 규정돼 있는데 재계에선 상법상의 특별배임죄를 폐지해 민사소송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정책이다.
분리과세란 특정한 소득에 대하여 일정한 세액을 원천징수함으로써 납세의무를 종결하고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는 것이다.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아 대주주의 세금 부담이 경감된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주주참여와 시장감시 기능이 약한 한국에서 배임제 폐지·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시선이 많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민주당 내부에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대표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위해 재계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문 민주당 수석정책 부의장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시 선진화 정책에 앞장서는 첫 단추로 상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때부터 추진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폐지와 '탈원전' 논의에서도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많은 검토를 한 결과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여당 요구를 수용했다.
원전과 관련해서도 전향적 자세로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산자부가 제출한 원전 관련 2100억 예산안을 원안대로 동의했다.
특히 지난해 2024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전액삭감한 원전 생태계 복원 예산까지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확 달라진 민주당 노선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모식에 참가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렇듯 정책적으로 우클릭(금투세 폐지)과 좌클릭(상법개정), 다시 우클릭(배임죄 폐지)을 번갈아 하며 한쪽으로 치우치려 하지 않는 모습은 이 대표의 정치철학인 먹사니즘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7월11일 민주당 대표 연임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선언에서 '먹사니즘'만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강조하며 노선 수정을 시사한 바 있다.
그뒤 이 대표는 8월19일 김대중 서거 15주년 행사에서도 "먹사니즘은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며 민주당이 가야할 길"이라는 취지로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에게 패배한 이후 시장주의를 적극 수용한 'DJ노믹스'를 앞세워 중도층 끌어안았고 1997년 정권교체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 대표 역시 2022년 대선에서 중도층을 끌어안지 못한 점이 패배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 만큼 이런 점을 보완해야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득표 차이는 25만 표 정도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논의로 국내증시 투명화, 탈원전 논의로 원전 리스크 해소라는 점에서 진보층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취약한 국내 증시에 단기 악영을 줄수 있다는 점, 에너지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도층과 보수층의 공감대는 얻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우클릭을 해서 중도로 옮겨갔다"며 "이 전 대표도 김대중의 길, 대통령 후보의 길로 가서 우클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선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도층으로 불리는 국민들은 특정 당에 경도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계층"이라며 "2기부터는 아당 대표로서 민생과 국익을 제대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