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자가 일론 머스크를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 수장에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를 이끈다. 예산 지출을 대폭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정부의 공식 직책을 맡으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기업의 이해충돌 문제가 부각돼 규제를 받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3일 성명을 내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에 일론 머스크와 공화당의 기업인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를 발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차기 정부의 예산 낭비를 줄이고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며 관료주의를 무너뜨리는 토대를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효율부 신설이 공화당 정치인들의 오랜 꿈이었으며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이 상당한 영향력을 불러올 잠재력이 있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한 원자폭탄 개발계획을 말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정부의 지출이 연간 6조5천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낭비되는 금액이 많다며 효율성을 높여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여러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상당한 자금도 지원해 왔다.
비벡 라마스와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 최연소 후보자로 출마했던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사한 강경 보수파로 분류된다.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 수장 발탁 계획은 이미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유세 과정에서 거론됐다. 그러나 실제 추진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 |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영어 약자는 ‘DOGE’로 일론 머스크와 연관이 깊은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영어 약자와 동일하다.
따라서 이런 계획이 농담에 그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되면 미국에서 연간 2조 달러의 정부 지출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지출의 약 3분의1 가량이다.
그가 실제로 이런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된 만큼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예산 집행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여러 기업의 경영을 맡으며 대량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이해충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을 바탕으로 2023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자 목록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연방 윤리법에 따르면 정부 관료들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기업체 지분을 비롯한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매각하거나 신탁에 맡겨야 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정부 당국의 규제 및 승인과 연관이 깊거나 정부 사업을 직접 수주하는 사업체에 해당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에서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규제 당국은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한 대응 방식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정부효율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은 만큼 이를 정부와는 별도 조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가 공식적으로 얻게 될 권한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트럼프 정부에 실제로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