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확정되며 퀄컴의 인텔 인수 추진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사진은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DX1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의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퀄컴의 인텔 인수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에서 인수합병 규제가 완화되고 인텔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도 본격화되면 퀄컴이 인수 추진 과정에서 도움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2일 “인텔은 여전히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기대를 걸어야만 하는 반도체 제조사”라며 “하지만 험난한 길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반도체 파운드리 적자 확대를 비롯한 실적 부진, 재무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창사 뒤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회사 전체나 일부를 매각해야 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삼성전자나 대만 TSMC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인텔의 기술 경쟁력과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TSMC 대신 인텔 파운드리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요청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텔의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여력이 크게 줄어들며 이런 방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인텔을 향한 지원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투자기관 에드워드존스의 분석을 전했다.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해외 기업보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를 중심에 두는 정책 기조가 트럼프 정부에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다만 정부의 이런 노력도 인텔의 첨단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회사가 분할되거나 인수합병되는 시나리오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대선 이전부터 인텔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진 퀄컴이 가장 적극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퀄컴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인텔 인수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는 데 정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와 같이 관련 당국에서 기업 간 인수합병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
그러나 대선 결과 인수합병에 대체로 우호적인 공화당의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한 만큼 퀄컴도 본격적으로 인텔 인수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할 공산이 크다.
퀄컴은 이미 인텔에 회사 매각 가능성을 문의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텔이 심각한 재무 위기를 해소할 뚜렷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만큼 결국에는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미국 정부도 인텔의 재무 악화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기업에 매각되는 시나리오를 선호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무부가 인텔과 삼성전자, TSMC에 반도체 지원 법안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인텔의 경영권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 경영권이 다른 기업에 넘어가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해 예상치 못한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미국 정부가 인텔의 매각을 충분히 가능성 있는 미래로 보고 있다는 근거로도 지목된다.
결국 퀄컴 또는 다른 미국 기업이 인텔 인수를 추진하며 미국 차기 정부를 충분히 설득한다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게 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퀄컴은 미국 기업들 사이 인수합병이 독점규제 리스크에서 다소 자유로워 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정부 당국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퀄컴은 현재 사업 시너지와 자금 여력 등 측면에서 인텔을 인수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외에 브로드컴과 ARM 등 기업도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매각설에 단호히 선을 그으며 내년 양산을 앞둔 18A(1.8나노급) 반도체 미세공정으로 명예 회복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조사기관 퓨처럼그룹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인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가 지나치게 오래 걸리거나 손실이 커진다면 미국 정부가 다른 선택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수 후보자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