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11-12 14: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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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나노 공정 기술 경쟁에서 TSMC를 추격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 기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TSMC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2나노 공정 수주에 '올인'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2나노 공정으로 퀄컴 등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사의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에도 이를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만 TSMC가 '트럼프 리스크'로 미국 설비투자 보조금 축소와 관세 인상 등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으로 파운드리 부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TSMC 사이 2나노 파운드리 사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만 공상시보는 최근 TSMC가 오는 12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소자학회(IEDM)에서 2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말 열린 3분기 콘퍼런스에서 내년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미국 빅테크 수주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나노 공정은 3나노 대비 칩 밀도와 성능은 15% 이상 향상됨에도 전력 소비는 3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빅테크 기업의 관심이 2나노 공정에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2026년 출시할 아이폰18에 2나노 칩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엔비디아 역시 TSMC와 차기 AI반도체의 2나노 공정 양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퀄컴은 차세대 AP에 2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송태중 삼성전자 상무는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프로세스디자인키트(PDK)를 고객사에 배포해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4분기 중 2나노 GAA 양산에 성공해 주요 고객 수요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송태중 삼성전자 상무.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일각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퀄컴과 2나노 AP 칩 양산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IT·반도체 관련 정보유출자(팁스터) 감마오버스트는 “퀄컴의 인도 공장에서 생산될 차세대 모바일 AP(모델명 SM8550)가 삼성전자의 SF2와 TSMC의 N3P를 혼합해 사용할 것”이라며 “퀄컴이 여러 공정을 검토하다 (해당 공정으로) 결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향상된 3나노 공정 기술인 SF3P를 2나노 SF2로 부르고 있다. TSMC의 N3P 공정 역시 기존 3나노 N3E 공정을 기반으로 에너지효율과 밀도를 높인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실질적 2나노로 볼 수 있는 SF2P 공정을 2026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두 회사 AI 반도체용 HBM4 공급을 위해 파운드리 2나노 ‘로직다이’ 공정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의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27년 출시될 삼성 갤럭시S27 시리즈 탑재를 위해 개발명 ‘율리시스’라는 이름으로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엑시노스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2나노 파운드리로 부활을 노리고 있으며, 2나노 공정 기술 강화를 위한 인재 채용에도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건설중인 파운드리 공장에서 근무할 다수의 경력직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며 TSMC를 견제해온 만큼, 자신의 요구에 TSMC가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 투자설비 보조금 축소나 관세 인상으로 대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의 호응에 반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TSMC에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에서 2나노 생산을 앞당기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해 대만 경제부 장관은 “핵심 2나노 기술은 대만에서만 생산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과 대만의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이르면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 상무부는 해당 공장에서 4나노와 2나노 공정의 대량 생산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첨단 2나노 공정 기술이 미국으로 유출될 것이란 우려와 높은 인건비 문제 등은 삼성전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밝힌 대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2나노 파운드리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미국 수주 상황에 따라 운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