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타이어가 국제 운임비용 상승, 미국의 관세 인상 등에 따라 올해 4분기 이후 경영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이 2023년 1월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 투자유치 후속 조치 점검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넥센타이어의 올해 4분기 실적이 악화할 전망이다.
타이어 수출 운임비용 상승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이어 4분기는 물론 내년 트럼프 재선에 따른 관세 인상 우려까지 겹치며,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코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넥센타이어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운임비용 상승,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관세 부담 증가 우려 등 다양한 경영 리스크가 겹쳐 올해 4분기 이후 실적이 급속히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주요 해외 시장의 자동차 판매 감소, 원자재·운임 비용 증가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3분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조43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8.6% 증가한 4702억 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금호타이어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150억 원, 영업이익 789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1%, 45.7% 증가한 실적을 냈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3분기에 매출이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회사의 3분기 매출은 70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23억 원으로 25%나 감소했다. 또 순손실 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특히 회사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마진이 높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에 주력했음에도 북미 판매 부진과 운비비용 증가 등으로 3분기 국내 타이어 3사 가운데 유독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국내 타이어 3사 기업설명(IR) 자료 등을 종합하면 타이어 전방 시장 여건이 동일한 가운데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운임 비용이었다.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해외 생산 비중 차이에 따라 실적이 갈린 것이다.
상하이거래소(SSE)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3분기 평균 3358.98로 지난해 3분기 평균인 983.55의 약 3.4배로 치솟았다. 가장 최근 지수인 지난 8일 기준으로 현재 SCFI는 2331.58로 3분기 평균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배 이상 높다.
북미로 수출하는 타이어를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하는 넥센타이어는 운송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업체별 해외 생산기지를 보면 한국타이어가 미국(1개), 중국(3개), 인도네시아(1개), 헝가리(1개) 등 전체 생산기지 8곳 가운데 6곳 해외에 가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1개), 중국(3개), 베트남(1개) 등 전체 생산기지 8곳 가운데 5곳을 해외에 두고 있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중국(1개), 체코(1개) 등 전체 생산기지 4곳 가운데 2곳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생산 비중은 한국타이어 67.5%, 금호타이어 54.6%, 넥센타이어 35.5%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반면 넥센타이어는 절반 이상을 국내서 생산한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넥센타이어 경영실적에 부담이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와 달리 미국 생산 공장이 없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각) 지지자 연설을 하러 무대 위에 서 있다. <연합뉴스>
넥센타이어의 매출 비중을 보면, 3분기 북미 매출 비중은 25%로 유럽 매출 비중 39%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회사는 미국 공장이 없어 관세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해외 생산 공장을 북미 수출에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당시 중국산 타이어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넥센타이어의 해외 생산 공장은 중국과 체코뿐으로, 중국은 물론 체코 공장 생산분을 미국 수출에 활용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체코 공장은 유럽 현지 수요를 대응하기에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해 5월 ‘2023년 경영목표 및 중장기투자전략’ 발표하며,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공장 설립 검토 대상 지역은 미국 동남부 지역 8개 주로, 13억 달러(약 1조8211억 원)를 투입해 2023년 하반기 부지 선정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 넘게 답보 상태를 보이다, 지난 6월 회사는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 ‘북미공장 설립 계획’을 ‘신규공장 설립 계획’으로 변경했다. 대상 지역도 기존 ‘미국 동남부 지역 8개 주’에서 ‘북미 및 기타 글로벌 지역’으로 변경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정정공시 이후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회사를 글로벌 타이어 톱10 타이어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혀왔다. 그러나 글로벌 톱1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유럽 외 북미 생산기지 건설이 필수인데, 아직 구체적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