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2024-11-12 13: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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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뒤 추진할 관세 인상에 따른 타격이 중국뿐 아니라 한국,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 모두에 미칠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경제학자 앤드류 틸튼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대중 무역 적자는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아시아 수출국과의 적자는 상당히 증가했다"며 "2기 트럼프 정부는 더욱 엄격한 감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뿐 아니라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향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틸튼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중국을 향한 관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런 곤경은 다른 아시아 국가도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두더지 잡기(whack a mole)' 방식으로 적자 줄이기에 나선다면 아시아 경제권 전체에 관세 태풍이 몰아닥칠 결과를 낳을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10%에서 20%에 이르는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에는 60%에서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국 외에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한국과 대만, 베트남이 트럼프 정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특권적 위치(privileged positions)'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베트남은 미국이 대중 무역을 압박하면서 수입선이 전환돼 이익을 얻은 사례로 분류된다.
CNBC는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역대 최대 수준인 444억 달러(약 62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며 자동차 수출이 대미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올해 1분기 IT제품을 중심으로 한 대만의 대미 수출은 246억 달러(약 34조4700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7.9% 증가했다"며 "1월부터 9월까지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900억 달러(약 126조 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탠 바클레이즈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맞은 가운데 관세로 신흥 아시아 국가의 개방경제에 '더 큰 고통(greater pain)'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며 "대만은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그러한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공급망이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트럼프 정부가 느낀다면 중국뿐 아니라 무역에서 미국에 적자를 안기는 아시아 국가를 향한 보호무역 정책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리 팡게스투 인도네시아 전 무역부 장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FT 아시아 서밋' 행사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를 부과한 뒤 미중 무역이 감소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등의 무역이 늘었다"며 "하지만 공급망을 살펴보면 대부분 구성 요소가 여전히 중국에서 오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공급망 연장(lengthening the supply chain)이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팡게스투 전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알아차릴 것이고 미국과 양자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국가를 향해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