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물류기업들이 해외에서 영토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제한된 국내 시장 밖으로 눈을 돌려 성장동력을 강화할 기회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국내 물류기업들이 국내시장 밖으로 눈을 돌려 해외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물량 증가율 둔화와 내수 소비 감소 등의 원인으로 국내 물류기업들이 택배사업에서 애초 추정보다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J대한통운은 3분기 택배·이커머스 사업에서 매출 8982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9010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54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57억 원)보다 3% 줄었다.
계약물류(CL)와 글로벌 사업은 모두 전년 3분기와 비교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는데 택배·이커머스 사업만 역성장했다. CJ대한통운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1.3%, 13.5% 증가했다.
한진은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사업 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택배사업이 다른 부문과 비교해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은 한진의 3분기 택배 매출이 3402억 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0.3%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육상운송(성장률 6.2%), 하역(12.5%), 글로벌(43.4%) 등 다른 사업과 비교해 낮은 매출 증가율 추정치다.
물류기업들이 택배 이외의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것은 이런 사정 때문으로 여겨진다. 국내 대표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이 모두 공통적으로 주력하는 곳은 해외 시장이다.
CJ대한통운은 북미와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현지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미국법인과 인도법인 모두 올해 3분기에 각각 13%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두 곳 모두에서 창고·운송(W&D) 사업 확장을 위한 거점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법인은 미국 내 거점 구축을 통해 미국 전역을 1~2일 내 수·배송 권역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손잡고 시카고, 뉴욕 등 물류·유통 중심지에 보유한 총 36만㎡ 규모 3개 부지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순차적으로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 CJ대한통운은 10월10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엘우드(Elwood)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민관합작 물류센터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케빈 콜먼 CJ로지스틱스 아메리카 최고경영자(왼쪽 5번째) , 김정한 주시카고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오른쪽 4번째), 정성조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인프라금융부장(오른쪽 2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
10월부터 시카고 인근 엘우드에 물류센터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엘우드 물류센터는 건물 10만2775㎡(3만1089평), 부지 29만5390㎡(8만9355평) 규모로 조성되며 2026년 상반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상온 제품을 대상으로 보관, 재고관리, 출고 등 물류 모든 과정이 일괄 수행되며 실시간 창고관리시스템과 보관 제품에 특화된 다양한 자동화 설비들이 도입될 예정이다.
인도법인도 물동량 처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6월 인도 물류 부동산개발업체와 9년 임차 계약을 체결하고 12만5천 ㎡가 넘는 창고 공간을 확보했다. 인도법인이 창고공간을 확보한 지역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도 알려진 벵갈루루다.
인도법인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설 확대 등에 필요한 자금을 더 확보할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인도 증권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서류를 제출해 심사가 통과된 상태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J대한통운은 이와 별개로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한 포워딩(운송대행)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 전역의 네트워크를 연계한 초국경배송(CBE) 물류를 확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 구축을 통해 중동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한진도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과 오너 경영인인 조현민 사장 모두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두 사장은 올해만도 독일, 이탈리아, 체코, 노르웨이,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을 누비며 한진의 글로벌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진은 각 권역별 네트워크를 통해 초국경 물류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태국을 중심으로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물류 순환망을 구축하고 국제특송과 국가 사이 운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한진은 6일 중국 선전에서 에이완글로벌코퍼레이션(AWOT)과 함께 합자회사인 한진글로벌익스프레스선전을 발족하고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영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왼쪽부터)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 조현면 한진 사장, 로저 허(Roger He) AWOT 최고경영자(CEO) 등이 합자법인 설립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진>
중국에서도 최근 현지 물류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한 뒤 중국 내 풀필먼트 사업은 물론 중국에서 해외로 향하는 이커머스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풀필먼트는 물류기업이 판매업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배송부터 보관, 재고관리, 교환과 환불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다.
한진은 올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모로코, 헝가리 등지에 거점을 설립했다. 해외 거점은 올해 22개 나라 42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진출 국가는 4개, 거점은 8개 늘어났다.
택배사업의 부진은 물동량 증가율 정체와 평균 택배 단가(ASP) 하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소비경기가 둔화하고 해외 전자상거래·직구의 증가세가 주춤한 탓이다.
택배시장의 경쟁환경도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은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를 통해 기존 택배사들이 담당했던 물량을 소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체제인 ‘매일오네(O-NE)’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쿠팡의 ‘로켓배송’을 의식한 측면이 많다.
주7일 배송체제 도입으로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 증가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수입의 감소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보장하기로 했다.
아직 주7일 배송체제를 공식화하지 않은 한진을 비롯한 택배사들은 일정 부분 시장 점유율 축소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택배사업은 외형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기도 하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사로서는 배송을 맡기는 사업자 하나 하나가 모두 ‘갑’인 형편이라 단가를 높이기 어렵고 인건비 비중도 높아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택배사업이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많아 물류업체들의 간판 사업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익 기여도나 성장 잠재력은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