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11-11 10: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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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신임 사장 선임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다.
GKL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 중 하나인데 이번에 추린 최종 후보군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권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임명되는 추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전문성 우려 역시 고개를 든다.
▲ 왼쪽부터 박강섭 전 대통령비서실 관광진흥비서관, 윤두현 전 국민의힘 의원, 이재경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연합뉴스>
11일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따르면 박강섭 대통령비서실 관광진흥비서관, 윤두현 전 국민의힘 의원, 이재경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가운데 한 명이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각 후보를 추천한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박강섭 후보는 관광 전문 전공 이력과 마이스 기업인 경력으로 관광 관련 지식이 해박하고 관광산업 전반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회사의 정책개발과 수립, 집행 등에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윤두현 후보는 대통령 홍보수석과 국회의원, 오랜 언론사 생활을 통해 쌓은 경륜을 통해 기관 경영 전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임추위는 윤 후보가 탁월한 리더십으로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및 내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경 후보는 한국관광공사 LA, 후쿠오카 지사장부터 부사장까지 역임하며 공기업의 시장 내 역할과 책임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고평가를 획득했다. 아울러 그랜드코리아레저 부사장 근무 경험에 따른 전문성 발휘 가능성도 고려됐다.
이들 가운데 박 후보와 윤 후보는 여권과 관계가 깊어 낙하산 딱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박근헤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박 후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관광진흥비서관을 역임했고 윤 후보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홍보수석비서관을 맡았다.
그나마 이재경 후보가 그랜드코리아레저에서도 부사장을 맡아 실제 경영에도 참석한 만큼 전문성 논란이 덜한 편이다. 이 후보는 1981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한 이래 부사장까지 지내 공기업 이해도도 높다.
다만 이 후보 또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설립된 보수성향 문화단체 ‘문화자유행동’의 공동대표를 지내고 있어 정부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한국관광공사가 5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를 고려하면 이미 사장이 될 사람이 정부 차원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 강기윤 신임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4일 경남 진주 한국남동발전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최근 여권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 사장에 연이어 취임하고 있다.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남동발전의 사장으로 선임된 것과 권명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 동서발전의 사장으로 뽑힌 것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한국석탄공사의 문을 닫을 새로운 사장에도 김규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선정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 공기업 사장에 임명된 국회의원 출신만 모두 9명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홍문표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김규환 한국석탄공사 사장 등이다.
이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정책위원을 지냈던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을 맡았던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임명되면서 정치권과 밀접한 인물들이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잦았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 인사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면서 인사에 제동인 걸린 사례도 존재한다. 이른바 ‘김건희 라인’, ‘한남동 7인회’ 등으로 지목됐던 강훈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홍보비서관은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황에서 자진 철회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8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저는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한다”며 “대통령님의 국정운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국정 쇄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그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GKL은 역대 사장 7명 가운데 6명이 낙하산 논란을 겪을 정도로 인사 잡음이 잦은 곳이다.
1대 사장인 박정삼 전 사장부터 국가정보원 차장 출신이었다. 그는 사장으로 지내던 시절에 횡령, 비자금 등을 조성한 뒤 정치권에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어 사장직을 맡은 권오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3대 사장인 류화선 전 사장도 이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전부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문화관광부 차관보 등을 거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4대 사장 임병수 전 사장도 GKL이 문체부 산하 공기업이라는 점, 경영 능력 검증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낙하산 논란을 비껴가진 못했다.
5대 사장인 이기우 전 사장은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부회장을 지낸 인물이었으나 최고경영자 경험이 없어 노조의 비판을 받았다. 이기우 전 사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
그 뒤를 이은 유태열 전 사장은 대전지방경창청장을 역임하는 등 관광·카지노 관련 전문성이 없는 데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치안비서관직을 맡아 낙하산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영산 현 사장 역시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긴 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이끌어 정권과 밀접한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