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의 경우처럼 뒤늦게 채무가 발견돼 고생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꼼꼼히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상속인들은 예기치 못한 채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속 발생 즉시 적극적인 재산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미지크리에이터> |
[비즈니스포스트]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년이나 지났는데 갑자기 2억 원의 지급명령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4년 1월, 필자를 찾아온 김씨(45세)의 첫마디였다. 김씨의 아버지는 2021년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작고하셨다. 당시 가족들이 확인한 재산은 시가 1억 원 상당의 주택이 전부였다.
상속인들은 주택의 등기사항증명서만 확인한 채 더 이상의 재산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 대부업체가 연대보증채무 2억 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지급명령을 보내왔다.
◆ 상속채무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
많은 사람들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만 가능하다. 김씨의 경우처럼 3개월이 지난 뒤에 채권자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상속인들이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이 '특별한정승인' 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을 말해보자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상속인들은 우왕좌왕하다가 특별한정승인의 시기를 놓친다. 제도를 잘 몰라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가족들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 특별한정승인 제도의 실무적 활용법
첫 단계는 신속한 대응이다. 지급명령을 받았다면 2주 내 이의신청을 하고 소장을 받았다면 30일 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는 점을 이의신청이나 답변서에 명시한다. 김씨의 경우 다행히 지급명령을 받은 직후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이의신청 기한을 놓치지 않았다.
두 번째 단계도 신속한 대응이다. 법에 규정된 기간 내에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법에 규정된 기간은 채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이다. 보통 소장이나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 서류를 접수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관련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 만약에 일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특별한정승인과 관련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의하는 사람만이라도 일단 법원에 서류를 접수해야 한다. 모든 공동상속인이 함께 진행할 필요는 없다.
◆ 특별한정승인의 주의 사항
특별한정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포기·한정승인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해야 한다. 그래서 특별한정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했다는 사실'과 관련한 증명이 중요하다.
김씨의 사례는 다행히 긍정적으로 진행되었다. 1월 첫째 주에 지급명령에 이의신청을 하고, 곧바로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가족회의를 통해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얻어 1월 셋째 주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했다. 가족들이 합심해 관련 증거를 수집했고 채무 발생 경위와 재산조사 내역을 상세히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특별한정승인이 인용돼 상속재산 한도인 1억 원 내에서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하지만 실무상 주의할 점이 많다.
채권자에게 섣불리 채무를 승인하거나 일부라도 변제해서는 안 된다. 분할변제 협의는 반드시 특별한정승인이 인용된 후에 진행해야만 한다. 또한 가압류 등 보전처분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공동상속인 간에도 특별한정승인 신청 전에 최대한 논의를 해서 비용 분담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따라서 예방적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속이 발생하면 즉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서 금융거래내역을 조회하고 부동산등기사항 증명서를 확인하며 채무보증 여부와 사업 관련 채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처럼 뒤늦게 채무가 발견돼 고생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꼼꼼히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상속인들은 예기치 못한 채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속 발생 즉시 적극적인 재산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