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반환점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공천 개입' '국정농단' 의혹을 비롯한 각종 논란에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나 이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 등에 관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한 반성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에선 이번 기자회견이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1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회견 발언 내용을 고려할 때 험악해진 민심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을 열어 윤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대통령 인식과 태도는 처참했고 이를 지켜본 국민의 심경은 참담했다”며 “명태균씨와 통화 육성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공천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국정농단 의혹도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김건희 특검은 위헌이라고 하는 등 윤 대통령은 사실 인정도, 진솔한 반성도 하지 않고 되려 국민을 꾸짖었다”며 “대통령 자리에 더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끌어내려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동훈 대표가 요구했던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을 비롯한 국정 쇄신 요구들에 관해 윤 대통령이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아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해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에 관해 결정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친
한동훈)계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외교활동을 하는 데 부인과 남편의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지났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해 이렇다할 평가를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윤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서도 어떤 점을 사과하는지에 대해 묻자 구체적으로는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국민들이 진솔한 사과로 바라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MBC뉴스바사삭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 “사람들이 실망한다, 사과하라고 했으니까 했다고 퉁치고 넘어가는 방식”이라고 혹평했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안을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힌 점도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국회가 임명하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헌법 상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를 두고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서 “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특검에 있을 때 위헌적 특검에 있었다는 얘기인가”라며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는 식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특검이 삼권분립 위반이라면서 자신은 왜 박근혜 특검 수사팀에 참여했나”며 “죄 지었으니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던 윤 대통령의 말처럼 죄지은 게 많아서 특검을 거부하는 것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국민의힘의 친윤(친
윤석열)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는 사실과 기자회견을 진솔하게 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옹호하는 입장도 나온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며 “기자회견을 계기로 우리 국회도 정쟁을 중단하고, 시급한 민생을 보살피고 외교안보 현안을 챙기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내놓을 발언들을 고려할 때 향후 국정방향의 전면적 쇄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10%대로 하락한 지지율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9%로 NBS기준 역대 최저치를 2주 만에 갈아치웠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국민들이 낮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지, 변화와 쇄신을 어떻게 보여줄 건지 기본적인 그림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과연 기자회견을 보고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절반을 국정쇄신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지 기대감을 갖지 못하게 한 기자회견이었다”고 바라봤다.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기자회견을 보니 지지율 더 떨어지고 대한민국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1월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4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