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 트럼프 재선에 대우건설 인연 재부각, 1기 효과 ‘미미’ 2기는 달라질까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11-07 11: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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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우건설과 과거 인연이 부각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트럼프 1기 때는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미국 부동산 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1999년 5월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모델하우스에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중흥그룹 인수 후 공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진출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효과를 살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7일 증권업계 및 건설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건설사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6일) 건설업 전망 리포트를 통해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 당선 시 국내 주택주에는 좋지 않고 해외에서 활동이 가능한 건설사에 좋을 것으로 본다”라며 “해외에서 활동 가능한 건설사의 영역은 대형원전 및 소형원전(SMR), 우크라이나 재건, 북미 블루수소, 미국 리쇼어링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오너인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직접 나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대우건설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연에 관심이 모인다.
대우건설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연은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건설은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트럼프 당선인과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에 ‘트럼프월드타워’를 건설했다. 트럼프월드타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공사의 설계·공정·구매 관리 등을 총괄하는 건설사업관리(CM) 업무를 맡았다.
트럼프월드타워는 지하 2층~지상 70층, 376가구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로 2001년 10월 완공됐다. 내부에는 헬스클럽, 수영장, 식당 등 고급 커뮤니티시설을 갖췄다.
분양도 순조롭게 진행된 덕분에 대우건설과 트럼프 당선인 모두 윈-윈(WIN-WIN)하며 사업이 마무리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분양 7개월 만에 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만 3887만 달러(당시 환율로 460억 원)에 이른다.
파산에 빠졌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 사업을 계기로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2019년 12월10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때의 일을 두고 김우중 대우건설 회장이 트럼프를 살려준 것이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최 고문은 “트럼프가 미국에서 많은 부동산 개발을 하다 파산을 하고서 자산동결까지 돼 있는 상태에서 김우중 회장하고 만나서 뉴욕에 트럼프 타워를 하나 짓기로 했다”며 “그때 한 400억 원 정도를 벌어서 재기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트럼프월드 1차 아파트의 모습. <네이버부동산갤러리>
대우건설과 트럼프 당선인의 인연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뉴욕 트럼프월드타워를 지은 경험을 살려 국내에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브랜드 사용료 계약을 맺고 트럼프의 이름을 딴 ‘트럼프월드’를 조성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지급된 브랜드 사용료는 약 8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1999년 5월 여의도에 짓는 첫 번째 트럼프월드의 견본주택 개장행사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한국 부동산시장이 금리 안정 등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한국은 빌딩 임대보다 주택사업이 더 유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월드 아파트는 서울 여의도, 용산, 부산 대구 등 전국 7곳에 건설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 2차 △서울 용산 한강대우트럼프월드 3차 △부산 트럼프월드센텀 1차 △부산 트럼프월드센텀 2차 △부산 트럼프월드마린 △대구 트럼프월드수성 등이다. 마지막 트럼프월드인 트럼프월드수성은 2007년 공사가 마무리됐다.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는 대한민국에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시대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층 하나를 스포츠센터,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하고 1층 입구는 마치 호텔을 연상하도록 꾸미는 등 고급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999년의 공식 방문 외에도 대우그룹의 초청을 받아 1998년 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을 찾았다.
그는 1998년 방문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군산 대우자동차 공장을 둘러보고 김우중 전 대우건설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전 대우개발 회장과도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인연이 알려지면서 대우건설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초선에 성공한 직후인 2016년 11월11일에 대우건설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는 등 지배구조 불확실성 속에 시장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1기인 2017~2020년 동안 대우건설은 북미·태평양 지역에서 단 한 건의 사업도 수주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봐도 같은 기간 대우건설의 미국 부동산 개발을 위해 마련된 자회사 DW AMERICA DEVEL'T INC에서 한 번도 매출 반영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집권 시기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라크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대우건설의 우려가 깊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우건설은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주도 아래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어 트럼프 1기 때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은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장남인 정정길 미주개발사업담당 상무와 함께 미국 시카고, 뉴욕 등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 뉴욕과 시카고의 시행사 및 개발사를 방문해 북미 시장 진출과 관련해 논의했다. 대우건설은 논의 과정에서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실질적 개발사로서 모든 단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대우건설의 해외 확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원주 회장이 영입한 인사로 취임 이래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행보를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원주 회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정정길 대우건설 상무는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북미 부동산 개발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