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11월1일 창립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기> |
[비즈니스포스트]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사업 체질 전환으로 IT 수요 부진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필리핀 생산법인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설비를 증설하는 투자 계획을 ‘저울질’하고 있다.
6일 삼성전기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AI 분야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2249억 원으로 컨세서스 2362억 원에 소폭 못 미쳤다. 4분기도 국내외 IT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 제품 출시 영향으로, 3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IT 세트(스마트폰, PC 등) 제조사와 달리 AI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측은 지난 10월29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MLCC 매출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AI 서버 관련 매출로 예측되고 이는 업계 톱티어 수준 규모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사용되며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일반 스마트폰에는 약 1천 개, 디지털 TV에는 3천여 개의 MLCC가 탑재된다. 반면 일반 서버에는 8500여 개, AI 서버에는 약 2만 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시장 확대가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 MLCC 매출에서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3~4%에서 3분기 7%로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된다”며 “삼성전기는 대만 제조사개발생산(ODM) 업체에 AI 서버용 MLCC를 공급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은 약 40%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용 MLCC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종류에 따라 3천~2만 개가 탑재되며, 가격도 일반 제품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회사는 전장용 MLCC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10월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에서도 AI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기판이다. 고성능, 고밀도의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사용된다.
FC-BGA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약 3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AMD의 AI 서버용 CPU 채용 확대와 더불어 빅테크에서도 자체 AI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IT 제품 위주에서 AI로 사업 중심 축을 점차 옮기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삼성전기 창립 51주년을 맞아 “외부 환경 리스크에도 흔들림 없는 강건한 사업체질 구축을 통해 AI·서버, 전장 등 성장시장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투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회사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생산법인에서 IT용 MLCC를 생산하고 있는데, AI 서버와 전장용 제품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10월 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필리핀 생산법인을 방문해 장 대표와 임직원들에게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을 당부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월30일 내년 투자계획과 관련해 “필리핀 공장 증설을 생각하고 있는데, 투자를 하면 (가동까지) 2년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빨리 지어야 할 것 같다”며 “시장 수요를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